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
1. 양심상의 명령에 근거한 행위
①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는 양심의 자유에 부여된 헌법상의 고유한 목적 및 의미에 의하여 제한되어야 한다. 즉 헌법상의 기본권 체계 내에서의 양심의 기능은 개인적 인격의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있으므로 양심은 인격의 동질성을 유지하는 가능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 다시 말하면 존재의 정체성의 위기상황에서 비로소 활동한다. 따라서 단순한 의심이나 회의는 양심의 자유에 의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② 따라서 헌법이 양심의 자유를 통하여 보장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일반적 행동의 자유가 아니라 인격적․정신적 정체성의 유지 내지 양심의 불가침성이며,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인간의 모든 행위가 보호받는 것이 아니라 ‘양심상의 명령에 근거한 행위’만이 보호된다. 이 경우 ‘양심상 결정’이란 선과 악의 기준에 따른 모든 진지한 윤리적 결정으로서, 구체적인 상황에서 개인이 이러한 결정에 자신을 구속하고 무조건적으로 따라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양심상의 심각한 갈등이 없이는 그에 반하여 행동할 수 없는 것으로서 국가나 외부세계의 관점에서 객관적으로는 양심상 결정을 주장하여 법질서에 위반하는 개인이 이로 인한 불이익까지도 감수할 자세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법질서가 요구하는 특정 행위에 대하여 마음이 내키지 않는 감정이나 이를 마지못해 하는 것은 양심상의 결정이라고 할 수 없다.
2.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가 제한되는 상황
① 양심의 자유에서 항상 현실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적 다수의 양심이 아니라, 국가의 법질서나 사회의 도덕률에서 벗어나는 소수의 양심이다. 따라서 ‘양심의 자유’가 보장하고자 하는 ‘양심’은 민주적 다수의 사고나 가치관과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현상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양심의 자유는 국가에 의하여 강요된 양심상의 갈등상황을 방어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기본권이므로 양심의 자유는 ‘양심의 명령’과 ‘법질서의 명령’이 충돌하는 상황을 그 보호대상으로 한다. 즉 양심상 결정과 법적용의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법규범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 비로소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는 것이다. 따라서 종교적 규율이나 법질서가 특정 행위를 금지하거나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허용한다면,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고, 이에 따라 양심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② 헌법재판소도 “양심의 자유는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윤리적 확신과 이에 반하는 외부적 법질서의 요구가 서로 회피할 수 없는 상태로 충돌할 때에만 침해될 수 있다.[06법행] 그러므로 당해 실정법이 특정의 행위를 금지하거나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특별한 혜택을 부여하거나 권고 내지 허용하고 있는 데에 불과하다면, 수범자는 수혜를 스스로 포기하거나 권고를 거부함으로써 법질서와 충돌하지 아니한 채 자신의 양심을 유지, 보존할 수 있으므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된다할 수 없다”고 하였다(헌법재판소 2002. 4. 25.자 98헌마425,99헌마170,498병합 결정).
③ 헌법재판소는 종래 ‘준법서약제도 사건’(헌법재판소 2002. 4. 25.자 98헌마425,99헌마170,498병합 결정)에서는 “헌법상 그 침해로부터 보호되는 양심은 (ⅰ) 문제된 당해 실정법의 내용이 양심의 영역과 관련되는 사항을 규율하는 것이어야 하고, (ⅱ) 이에 위반하는 경우 이행강제, 처벌 또는 법적 불이익의 부과 등 법적 강제가 따라야 하며, (ⅲ) 그 위반이 양심상의 명령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으나, 최근에 ‘연말정산 간소화를 위하여 의료기관에게 환자들의 의료비 내역에 관한 정보를 국세청에 제출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소득세법 사건’(헌법재판소 2008. 10. 30.자 2006헌마1401,1409병합 결정)에서는 “양심의 자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유지와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발현을 위해 개인의 윤리적 정체성을 보장하는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비록 법적 강제수단이 없더라도 사실상 내지 간접적인 강제 수단에 의하여 인간 내심과 다른 내용의 실현을 강요하고 인간의 정신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며 인격의 자유로운 형성과 발현을 방해한다면, 이 또한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④ 개인에게 자신의 사상과 결정에 따라 외부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사회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는 광범위한 가능성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의 헌법적 기능이 아니다. 이러한 행위는 표현, 집회, 결사의 자유 또는 보충적으로 일반적 행동자유권에 의하여 보호된다. 양심이란 그 본질상 개인의 고유한 인격의 동질성과 행동을 감독하고 통제하는 심급이므로, 양심의 자유의 보호범위도 마찬가지로 기본권의 주체가 인격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자신의 행동을 규율하는 영역에 국한되는 것이다.
⑤ 인터넷언론사의 공개된 게시판․대화방에서 스스로의 의사에 의하여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는 정당․후보자에 대한 단순한 의견 등의 표현행위에 불과하여 양심의 자유나 사생활 비밀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헌법재판소 2010. 2. 25.자 2008헌마324,2009헌바31병합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