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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가족의 돈을 훔쳐도 처벌받는다 – 70년 만의 형법 제328조 제1항 친족상도례 헌법불합치 헌재결정(2020헌마468등) 상세분석
장윤정, 박수홍, 박세리 등 유명인들이 가족과의 금전문제로 고통받는 사례들이 공개되면서 가족간의 재산범죄라고 하여 무조건 처벌이 면제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어 왔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1953. 9. 18 형법 제정 당시부터 존속하여 온 친족상도례 조문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약 70여년 만에 친족상도례에 대한 달라진 사회적 통념이 반영된 것이다. 아래에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내용을 설명하고자 한다.
1.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루어진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어떤 내용인가?
형법 제328조 제1항은 친족 사이에 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323조)를 범할 경우 그 형을 면제한다는 규정이다.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①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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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말하는 친족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를 의미한다.
즉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가
1) 직계혈족이거나,
2) 배우자이거나,
3) ‘동거’하는 친족이거나
{민법 제767조의 친족 = ①배우자, ②혈족(민법 제768조의 혈족: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 자기의 형제자매와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및 그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③인척(민법 제769조의 인척: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묶어서 '직계혈족'이라고 하고, 배우자와 직계혈족은 이미 위 1)과 2)에 나열되어 있으므로, 여기서 실질적으로 의미가 있는 부분은 밑줄 친 부분이다)
4) ‘동거’하는 가족이거나,
(*가족은 [배우자, 직계혈족, 형제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의 배우자/배우자의 직계혈족/배우자의 형제자매]이다)
5) 위 1)직계혈족, 3)동거친족, 4)동거가족의 배우자
인 경우에는, 가해자가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관련조문
민법 제767조(친족의 정의) 배우자, 혈족 및 인척을 친족으로 한다. 제768조(혈족의 정의) 자기의 직계존속과 직계비속을 직계혈족이라 하고 자기의 형제자매와 형제자매의 직계비속, 직계존속의 형제자매 및 그 형제자매의 직계비속을 방계혈족이라 한다. 제769조(인척의 계원) 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혈족, 배우자의 혈족의 배우자를 인척으로 한다. 제779조(가족의 범위) ① 다음의 자는 가족으로 한다. 1. 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 2.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 ② 제1항제2호의 경우에는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한다. |
2. 헌법재판소는 왜 여러 친족상도례 조항 중 제328조 제1항만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는가?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친족상도례 조항은 형법 제328조 제1항 외에도 형법 제344조, 제354조, 제361조가 있다. 하지만 제344조, 제354조, 제361조는 모두 제328조를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제328조에 대해서 판단하면 자동으로 다른 규정들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법질서의 정합성과 소송경제의 관점에서 여기서는 개별 준용조항이 아닌 형법 제328조 제1항을 직접 심판대상으로 삼기로 한다.”고 밝히면서 제328조 제1항에 대해서만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다.
따라서 다른 친족상도례 규정들도 제328조 제1항을 준용하는 범위 내에서 자동으로 함께 적용이 중지되었다.
3. 구체적으로 어떤 범죄에 대해서 형 면제 규정(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 중지되는가?
이번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이루어진 제328조 제1항 및 이를 준용하는 친족상도례 규정들이 대상으로 하고 있는 범죄는 아래와 같다.
즉, 아래 범죄들의 경우, 지금까지는 즉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1) 직계혈족이거나, 2) 배우자이거나, 3) ‘동거’하는 친족이거나, 4) ‘동거’하는 가족이거나, 5) 위 1), 3), 4)의 배우자였으면 처벌받지 않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처벌받게 되었다.
제328조 제1항 친족상도례의 대상 범죄 | 권리행사방해죄 |
(제328조 제1항을 준용하는) 제344조 친족상도례의 대상 범죄 | 절도, 야간주거침입절도, 특수절도, 자동차등 불법사용, 이 범죄들의 상습범, 이 범죄들의 미수범 |
(제328조 제1항을 준용하는) 제354조 친족상도례의 대상 범죄 | 사기, 컴퓨터등 사용사기, 준사기, 편의시설부정이용, 부당이득, 공갈, 특수공갈, 이 범죄들의 상습범, [사기, 컴퓨터등 사용사기, 준사기, 편의시설부정이용, 공갈, 특수공갈, 위 상습범]의 미수범 |
(제328조 제1항을 준용하는) 제361조 친족상도례의 대상 범죄 | 횡령, 배임, 업무상 횡령, 업무상 배임, 배임수증재, 이 범죄들의 미수범, 점유이탈물횡령 |
(제328조 제1항을 준용하는) 제365조 친족상도례의 대상 범죄 | 장물범죄, 그 상습범 (단, 범죄자와 피해자 간에 제328조 제1항의 신분관계가 있는 경우에) |
위와 같은 재산범죄를 가중처벌하는 특별법이 적용되는 경우에도 친족상도례를 배제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는 한 적용 |
*관련조문
형법 제344조(친족간의 범행) 제328조의 규정은 제329조 내지 제332조의 죄 또는 미수범에 준용한다.
형법 제354조(친족간의 범행, 동력) 제328조와 제346조의 규정은 본장의 죄에 준용한다.
형법 제361조(친족간의 범행, 동력) 제328조와 제346조의 규정은 본장의 죄에 준용한다.
형법 제365조(친족간의 범행) ① 전3조의 죄를 범한 자와 피해자간에 제328조제1항, 제2항의 신분관계가 있는 때에는 동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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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헌법불합치는 위헌이랑 무엇이 다른가?
헌법재판소가 어떤 법률 조문에 대해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는 것은, 그 조문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조문이 헌법에 위반되면 ‘위헌’ 결정을 하면 되지 왜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있을 수 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조문의 위헌성을 확인하였으나 그 조문의 효력을 곧바로 상실시키지 않고 입법자에게 개정의 기간을 부여하는 결정이다. 불필요한 사회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이다. 따라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을 때에는, 이 조문에 대해서 입법의 개정을 촉구하는 내용과 입법 개정 시한 등이 함께 표시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친족상도례 조문에 대해서 헌법재판소는 “형법(2005. 3. 31. 법률 제7427호로 개정된 것) 제328조 제1항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법원 기타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는 2025.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라고 결정하였다.
5.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는 조문은, 개정 시한까지 계속 적용되는가, 적용이 중지되는가?
헌법불합치 결정은 헌법재판소가 입법자에게 개정의 기간을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럼 그러한 개정 전까지 그 조문이 계속 적용되는지, 중지되는지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는 헌법재판소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으로 결정을 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예컨대 이번 친족상도례 조문의 경우에는, 헌법재판소는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위 법률조항의 적용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따라서 친족상도례 조문은 아직 법률 개정을 하지 않았어도 즉시 적용이 중지된다.
반면 이전의 낙태죄의 경우에는,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결정했었다. 따라서 낙태죄는 2020. 12. 31.까지 적용이 계속되었었다.
6. 친족상도례 조문이 적용 중지되었다면, 지금 재판 중인 사건에서도 처벌이 이루어지는가?
형법 제1조 제1항은 “범죄의 성립과 처벌은 행위 시의 법률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친족상도례 조문이 헌재 결정으로 적용 중지된 후에 가족간의 해당 범죄행위를 했다면 가족이라도 처벌받지만, 위 적용 중지 전에 범죄행위를 했다면 설령 아직 기소되지 않았거나 판결 전이라 하더라도 처벌받지 않는다.
즉, 헌재결정 시점과 범죄행위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범죄행위 시점이 헌재결정보다 앞선다면 처벌받지 않는 것이고, 헌재결정보다 뒤라면 처벌받는다.
예컨대 박수홍 가족 사례의 경우, 범죄행위 시점이 헌재결정보다 앞서 있기 때문에 기존의 친족상도례 조문이 그대로 적용되게 된다.
7. 헌법재판소는 왜 친족상도례 조문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았는가?
헌법재판소는 경제적 이해를 같이하거나 정서적으로 친밀한 가족 구성원 사이에서 발생하는 수인 가능한(참을 수 있는) 수준의 재산범죄에 대한 형사소추나 처벌에 관한 특례가 필요한 것은 맞다고 보았다. 즉 친족상도례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게 헌재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재산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정한 친족관계를 요건으로 하여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는 기존의 친족상도례 규정은, 형사피해자인 가족 구성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희생시키는 것이 되어 본래의 제도적 취지와는 어긋난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특히 기존의 친족상도례는, 강도죄와 손괴죄를 뺀 나머지 모든 재산범죄에 적용되는데(앞의 ‘기존의 친족상도례 규정이 적용되는 대상 범죄’ 표 참조), 이런 수많은 재산범죄가 모두 피해자가 참을 수 있는 범위 내의 것이라거나 피해회복 및 친족관계복원이 쉽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예컨대 50억원을 횡령한 범죄, 폭행이나 협박 등을 수반한 재산범죄가 어떻게 피해회복이나 관계복원이 쉽겠느냐는 것이다.
게다가 피해자가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까지 친족상도례를 적용하면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로마법 전통에 따라 친족상도례의 규정을 두고 있는 대륙법계 국가들의 입법례를 살펴보더라도, 일률적으로 광범위한 친족의 재산범죄에 대해 반드시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 유무에 관계없이 형사소추할 수 없도록 한 경우는 많지 않으며, 설령 규정을 하였더라도 대상 친족 및 재산범죄의 범위 등이 우리 형법이 규정한 것보다 훨씬 좁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기존의 친족상도례 조문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고 보아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