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마약 운반책 몰랐어도 처벌 받는다?
답: 고액 알바인 줄 알고 마약을 운반했더라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가와 같이 범죄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어 처벌받을 수 있다.
국제 마약 범죄 조직의 수법이 날로 지능화되면서, 평범한 이들을 범죄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가 확산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른바 ‘마약 운반책’으로 불리는 이들 중, 자신이 옮기는 물건이 마약임을 명확히 인지한 경우는 논의의 여지가 없는 명백한 범죄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자신의 행위가 마약 운반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가담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처벌을 받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우, 수사기관은 행위자에게 ‘미필적 고의’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다.
미필적 고의란, 자신의 행위가 마약 범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어렴풋이나마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를 용인한 심리 상태를 의미한다(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참고). 법정에서는 바로 이 미필적 고의의 존재 여부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 간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다.
대법원 2017. 1. 12. 선고 2016도15470 판결 고의의 일종인 미필적 고의는 중대한 과실과는 달리 범죄사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고 나아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형태와 행위의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4도74 판결 등 참조). |
마약 조직은 주로 사회 경험이 부족한 청년층을 표적으로 삼는다. ‘업무에 비해 과도한 급여’나 ‘전액 지원 해외여행’과 같은 달콤한 제안으로 유인하여,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가방이나 봉투를 특정 장소로 옮기도록 지시하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다. 결국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마약 밀수라는 중범죄의 하수인이 되고 만다.
따라서 상식 밖의 큰 보상을 약속하며 내용물이 불분명한 물건의 운반을 요구하는 일자리는 마약 범죄의 일부일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단호히 거절해야 한다. 수사기관은 ▲ 비정상적으로 높은 대가, ▲ 운반물의 정체에 대한 무지, ▲ 텔레그램 등 추적이 어려운 통신 수단을 통한 업무 지시 등을 근거로 미필적 고의를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 등 참고).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도8125 판결 피고인들이 공소외 3을 통하여 필로폰을 수령한 장소가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여객선 및 화물선이 출입하는 인천국제여객터미널인데, 전주에 거주하는 피고인들이 국내에 있는 필로폰을 매수하기 위하여 3회에 걸쳐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이를 수령하였다는 피고인들의 변소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점, 공소외 3에게 필로폰이 은닉된 곡물포대를 건네준 공소외 2는 우리나라와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상이고, 이 사건 필로폰이 은닉된 곡물포대에는 중국에서 수입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고추, 깨, 땅콩, 녹두, 콩의 곡물이 들어 있었던 점, 공소외 2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① 피고인 1의 사진을 열람한 후, 2009. 12.경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곡물포대를 받아간 사람이 피고인 1이라고 진술하였고, ② 공소외 3과 피고인 2의 사진을 열람한 후, 2010. 1. 7.경 인천국제여객터미널에서 공소외 3과 피고인 2를 만나 피고인 2로부터 운반비 12만 원을 받고 곡물포대를 넘겨주었다고 진술하였는바, 공소외 2가 법정에서 이러한 경찰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공소외 2의 경찰에서의 진술의 신빙성을 쉽사리 배척할 것은 아닌 점, 피고인들이 필로폰 매수를 위하여 매수대금을 입금한 계좌의 명의인은 “JINJIYUAN”으로 되어 있어 피고인들로서는 매수대금을 송금받은 사람이 중국인으로 추측되는 사람의 계좌를 이용한다는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로서는 이 사건 필로폰이 중국에서 국내로 반입된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인식하였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인정할 수 있다. |
즉, 고수익이라는 유혹에 넘어가 자신도 모르게 마약사범으로 전락하여 혹독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니며, 관련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에 따라 매우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 ‘범죄에 대한 인식이 옅었고 초범이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금물이다. 처벌의 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수 있다(마약류관리법 제4조 제1항, 제60조 제1항 참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 약칭: 마약류관리법 ) [시행 2025. 7. 2.] [법률 제20878호, 2025. 4. 1., 일부개정] 제4조(마약류취급자가 아닌 자의 마약류 취급 금지) ① 마약류취급자가 아니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개정 2025. 4. 1.> 1.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지, 소유, 사용, 운반, 관리, 수입, 수출, 제조, 조제, 투약, 수수, 매매, 매매의 유인ㆍ권유ㆍ알선 또는 제공하는 행위 2. 대마를 재배ㆍ소지ㆍ소유ㆍ수수ㆍ운반ㆍ보관 또는 사용하는 행위 3.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하는 행위 4. 한외마약을 제조하는 행위 제6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2018. 3. 13., 2019. 12. 3., 2024. 2. 6., 2025. 4. 1.> 1. 제3조제1호를 위반하여 마약 또는 제2조제3호가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하거나 제3조제11호를 위반하여 마약 또는 제2조제3호가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과 관련된 금지된 행위를 하기 위한 장소ㆍ시설ㆍ장비ㆍ자금 또는 운반 수단을 타인에게 제공한 자 2. 제4조제1항을 위반하여 제2조제3호나목 및 다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매매, 매매의 유인ㆍ권유ㆍ알선, 수수, 소지, 소유, 사용, 관리, 조제, 투약, 제공한 자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기재한 처방전을 발급한 자 3. 제4조제1항을 위반하여 제2조제3호라목에 해당하는 향정신성의약품 또는 그 물질을 함유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제조 또는 수출입하거나 그러할 목적으로 소지ㆍ소유한 자 4. 제5조제1항ㆍ제2항, 제9조제1항, 제28조제1항, 제30조제1항ㆍ제2항, 제35조제1항 또는 제39조를 위반하여 마약을 취급하거나 그 처방전을 발급한 자 5. 1군 임시마약류에 대하여 제5조의2제5항제4호를 위반한 자 6. 2군 임시마약류에 대하여 제5조의2제5항제1호를 위반한 자 |
그러므로 가장 현명한 대처는 앞서 언급한 유형의 위험한 제안을 애초에 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처벌을 피하거나 그 수위를 낮출 유일한 방법은 ‘미필적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이는 사회 통념과 일반인의 상식에 비추어 보았을 때, 자신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었음을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해야 함을 뜻한다. 하지만 마약 범죄만을 전담해온 전문 수사관을 상대로 개인이 이를 증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마약 범죄는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므로, 만약 자신이 범죄에 연루되었다는 의심이 들고 아직 신병이 확보되기 전이라면, 즉시 자신의 무고함을 입증할 증거를 최대한 확보하고 자수를 고려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수 있다.
개인의 힘으로 이 모든 과정에 대응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당사자에게는 일생일대의 위기일 수 있는 사건이, 마약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변호사에게는 익숙한 업무 영역이다. 전문 로펌의 조력을 받아 수사와 재판의 모든 단계에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