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법률행위의 요건
1. 객관적 요건
가. 궁박, 경솔, 무경험
(1) 의미
'궁박'이라 함은 '급박한 곤궁'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경제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고,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할 수도 있으며(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경솔'이란 보통인이 베푸는 고려를 하지 않은 심리상태를 의미하며(다수설), '무경험'이라 함은 일반적인 생활체험의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어느 특정영역에 있어서의 경험부족이 아니라 거래일반에 대한 경험부족을 뜻한다(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2) 판단방법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요건인 궁박, 경솔, 무경험은 모두 구비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중 일부만 갖추어져도 충분하며(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당사자가 궁박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그의 나이와 직업, 교육 및 사회경험의 정도, 재산 상태 및 그가 처한 상황의 절박성의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2002. 10. 22. 선고 2002다38927 판결), 대리인이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본인의 경솔ㆍ무경험은 대리인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궁박 상태에 있었는지 여부는 본인의 입장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72. 4. 25. 선고 71다2255 판결).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0다42075 판결 불공정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약속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의 객관적 가치를 비교 평가하여 판단하여야 할 문제이고, 당초의 약정대로 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의 불이행에 따른 효과로서 다루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
(3) 구체적 예
① 궁박ㆍ경솔ㆍ무경험을 인정한 예
ⅰ) 사실과 다른 고소에 의하여 구속된 상태에서, 시부모와 남편 및 본인까지도 병중에 있었고, 경영하던 회사는 부도 위기에 처하는 등 정신적, 경제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있었으며, 합의의 내용도 고소인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고 이루어진 것이라면 그 합의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며(대법원 1998. 3. 13. 선고 97다51506 판결),
ⅱ) 교통사고로 스포츠용품 대리점과 실내골프연습장을 운영하던 피해자가 사망한 후 망인의 채권자들이 그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할 움직임을 보이자 전업주부로 가사를 전담하던 망인의 처가 망인의 사망 후 5일만에 친지와 보험회사 담당자의 권유에 따라 보험회사와 사이에 보험약관상 인정되는 최소금액의 손해배상금만을 받기로 하고 부제소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는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고(대법원 1999. 5. 28. 선고 98다58825 판결),
ⅲ) 본건 토지들은 원고 시에서 시행하는 북악 스카이웨이 도로부지에 편입되는 토지들로서 본건 매매계약의 가격을 정함에 있어서 원고소속 공무원들이 재산가격조서를 작성할 때에 원고산하 사유재산심의회의 결의에 의하여 사정확정된 본건 토지의 평당 단가 2,100원으로 기재하여야 할 것을 그 10배인 21,000원으로 오기한 것은 경솔로 인한 것이고 매매계약체결 당사자인 관리 1과 직원도 그 계약체결함에 있어서 사정가격 평당 금2,100원을 21,000원으로 10배의 가격을 오기한 것을 발견치 못하고 그냥 10배인 오기내용대로 사정가격으로 하여 계약을 체결하였음은 일련의 경솔에 기인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대법원 1977. 5. 10. 선고 76다2953 판결).
② 궁박ㆍ경솔ㆍ무경험을 부정한 예
매도인이 정규 4년제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으로서 매매계약체결 당시의 나이가 만 32세 6개월이나 되며 직장생활을 한 경험도 있고 이 사건 부동산매매계약을 전후한 토지담보 등 거래경험 및 소송수행한 사실과 인감에 관하여 4차례나 개인신고를 낸 사실 등이 인정되는 경우이면, 동인은 매매계약체결 당시 그 법률행위가 자기에게 미치게 될 이해득실을 충분히 가릴 수 있는 사리판단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경솔․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대법원 1983. 4. 26. 선고 81다289 판결).
나. 급부와 반대급부간의 불균형
(1) 의미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어야 한다. 현저한 불균형의 존재 여부는 주관적 가치가 아니라 객관적 가치에 의하여 판단하되, 산술적 가치의 차이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률행위와 관련된 모든 사정을 고려하여야 한다(송덕수). 반대급부는 급부에 대한 대가적 의미의 재산상 이익으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므로 행정기관에 진정서를 제출하여 상대방을 궁지에 빠뜨린 다음 이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급부를 제공받기로 약정한 경우(대법원 2000. 2. 11. 선고 99다56833 판결)는 제104조가 적용될 수 없다.
(2) 불균형의 판단시기
불균형의 판단시기에 대하여 학설은 대체로 법률행위시로 본다. 판례도 같은 취지이다.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시기 및 판단기준: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3다26746 전원합의체 판결 [1] 어떠한 법률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는지는 법률행위 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따라서 계약 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전체적인 계약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불공정한 것이 아니라면 사후에 외부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하여 계약당사자 일방에게 큰 손실이 발생하고 상대방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큰 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하여 그 계약이 당연히 불공정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없다. [2] 계약의 일방 당사자가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계약서를 마련하여 두었다가 이를 상대방에게 제시하여 그 내용대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에도 특정 조항에 관하여 상대방과 개별적인 교섭을 거침으로써 상대방이 자신의 이익을 조정할 기회를 가졌다면, 그 조항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규율대상이 아닌 개별약정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 개별적인 교섭이 있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그 교섭의 결과가 반드시 특정 조항의 내용을 변경하는 형태로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계약 상대방이 그 특정 조항을 미리 마련한 당사자와 대등한 지위에서 당해 조항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와 고려를 한 뒤 그 내용을 변경할 가능성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된다. |
(3) 구체적 예
① 현저한 불균형을 인정한 예
ⅰ) 일반인이 수사기관에서 법관의 영장에 의하지 않고 30시간 이상 불법구금된 상태에서 구속을 면하고자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하, 정신적 또는 심리적 원인에 기인한 급박한 곤궁의 상태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금 5억 1천 4백만 원에 경락받는 토지지분을 편취한 데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그 지분을 반환하는 외에 금 2억 4천 만 원이라는 거액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한 것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상대방이 입게 된 정신적 고통 등의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과도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급부와 반대급부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고 보아야 하며(대법원 1996. 6. 14. 선고 94다46374 판결),
ⅱ) 무학문맹으로 나이 어린 외손녀 하나만을 데리고 가옥일부를 임대한 수입으로 생계를 이어오며, 고혈압으로 보행이 자유롭지 못하고 동맥경화성 정신증의 증세로 때로는 정신이 혼미하게도 되지만 빈한하여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던 67세의 노파가 인근에 거주하여 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다른 생활대책도 강구함이 없이 유일한 생활근거인 가옥을 매도한 계약이 시가와 매매가격 사이에 현저한 차이가 있다면, 위 매매계약은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하며(대법원 1979. 4. 10. 선고 79다275 판결),
ⅲ) 해외파견근무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의 부가, 별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시골에서 날품팔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66세의 노인으로서 원래 아는 것과 경험이 없고, 사고 경위도 알지 못한데다가 아들이 사망했다는 비보에 큰 충격을 받아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가해회사의 규모나 신용에 비추어 위 가해회사 직원들의 말로 진실한 것으로 믿고, 위 망인의 사망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지급 받을 수 있는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을 지급 받으면서 위 가해회사가 제시한 합의서에 날인한 것이라면, 위 합의는 궁박․경솔․무경험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현저하게 공정을 잃은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며(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카1824 판결),
ⅳ) 민사소송과 함께 형사고소를 제기하여 구속 및 거액의 손해배상 가능성을 내세워 위협함으로써 아무런 법률적인 소양도 없는 갑․을로부터 시가 2억 2천만 원 상당인 위 임야에 대하여 더 이상 권리주장을 하지 아니하는 대가로 7억 5천만 원을 받기로 약정을 맺었다면, 이는 병이 갑․을의 궁박한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여 위와 같은 배상을 받기로 한 것이므로, 위 합의는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다(대법원 1995. 4. 11. 선고 94다17000,94다17017 판결).
② 현저한 불균형을 부정한 예
원고의 사위가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은 원고가 상속받은 것이고 피고 명의의 등기는 원인무효이니 원고에게 되돌려 주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면 피고가 패소될 것이 분명하니 좋게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의 말을 하여, 시가 금 1천만 원 정도의 부동산을 금 5백만 원에 매매하였다고 하여, 바로 민법 제104조 소정의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1. 11. 12. 선고 91다10732 판결).
2. 주관적 요건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되기 위하여는 폭리자가 상대방의 궁박ㆍ경솔ㆍ무경험을 이용하여야 한다. 이 이용의사의 내용에 대하여 소수설은 단지 궁박ㆍ경솔ㆍ무경험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하나(인식설), 다수설과 판례의 주류는 "피해 당사자가 궁박, 경솔 또는 무경험의 상태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피해 당사자 측의 사정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즉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면 불공정법률행위는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15371 판결)."고 판시하여 인식 외에 적극적인 의도 내지 악의를 요구하고 있다(악의설).
악의와 관련하여, 판례는 "지역사회에서 상당한 사회적 지위와 명망을 가지고 있는 자가 유부녀와 통정한 후 상간자의 배우자로부터 고소를 당하게 되면 자신의 사회적 명예가 실추되고 구속될 여지도 있어 다소 궁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는 있으나, 상간자의 배우자가 상대방의 그와 같은 처지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폭리를 취하려 하였다고 볼 수 없는 경우, 고소를 하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금 1억 7천만 원의 약속어음 공정증서를 작성한 행위가 불공정한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3. 25. 선고 96다47951 판결)."고 판시하였다.
3. 입증책임
매도인 측에서 매매계약이 불공정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하려면 객관적으로 매매가격이 실제가격에 비하여 현저하게 헐값이고 주관적으로 매도인이 궁박, 경솔, 무경험 등의 상태에 있었으며, 매수인 측에서 위와 같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주장ㆍ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다19770 판결).
또한 법률행위가 현저하게 공정을 잃었다고 하여 그것이 곧 궁박ㆍ경솔ㆍ무경험이 추정되지 않는다(대법원 1969. 12. 30. 선고 69다187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