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행인수
1. 의의
인수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 채무의 이행을 약정하는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계약을 말한다.
2. 구별개념
가. 병존적 채무인수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에 채무의 인수에 관한 계약이 체결된 경우, 원칙적으로 그 계약의 효력은 계약당사자 사이의 내부관계에서만 발생하고, 따라서 이행인수의 관계가 성립하는데 불과하다고 볼 것이다. 다만,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에 채권자로 하여금 인수인에 대하여 직접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취득시킬 의사가 있는 경우에는 제3자를 위한 계약으로서의 병존적 채무인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볼 것이고, 채권자는 수익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인수인에 대하여 직접 이행을 청구할 권리를 취득하게 된다 할 것이다
나. 면책적 채무인수
면책적 채무인수의 경우 채권자의 승낙을 얻지 못하면 이행인수가 된다(반대견해 : 병존적 채무인수설). 예컨대 부동산의 매수인 등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근저당채무, 가등기담보부채무, 임차보증금반환채무 등을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하고,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하여는 이에 대한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확고한 입장이라 할 수 있다(아래 5 참조).
3. 요건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인수약정이 있어야 한다. 이행인수계약에 따라 인수인이 채권자에 대하여 하는 변제는 제3자의 변제(제469조)에 해당하므로, 이행인수의 목적이 되는 채무는 그 성질상 제3자의 이행이 허용되는 것이어야 할 것이고, 당사자(채권자ㆍ채무자)가 제3자의 변제에 관하여 반대하는 의사표시가 없어야 한다.
4. 효과
가. 채권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
인수인은 채무자와의 사이에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그치고, 직접적으로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인수인에 대하여 직접 그 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아무런 권리를 갖지 않는다.
나. 채무자와 인수인 사이의 법률관계
채무자는 인수인에게 자기의 채무를 채권자에게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인수인이 채권자에게 채무의 본지에 따른 이행을 하지 않아 채무자가 스스로 그 채무를 이행한 경우에는 인수인은 채무자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를 부담하게 된다. 인수인은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채무자의 이행보조자로 다루어진다.
* 채무의 이행인수에 있어 채무자는 인수인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인수인에 대하여 채권자에게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채권자는 채권자대위권에 의하여 채무자의 인수인에 대한 위와 같은 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 [17변시] ( O )
[해설]
이행인수는 인수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그 채무를 이행할 것을 약정하는 채무자와 인수인 간의 계약으로서, 인수인은 채무자와 사이에 채권자에게 채무를 이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데 그치고 직접 채권자에 대하여 채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므로 채권자는 직접 인수인에게 채무를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없으나, 채무자는 인수인이 그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인수인에 대하여 채권자에게 이행할 것을 청구할 수 있고, 그에 관한 승소의 판결을 받은 때에는 금전채권의 집행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채무자의 인수인에 대한 청구권은 그 성질상 재산권의 일종으로서 일신전속적 권리라고 할 수는 없으므로, 채권자는 채권자대위권에 의하여 채무자의 인수인에 대한 청구권을 대위행사 할 수 있다(2009.6.11. 2008다75072).
5. 매매대금에서 피담보채무 등을 공제하기로 한 약정의 법률관계(★)
가. 약정의 성질
부동산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 가압류채무,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다른 특별한 약정이 없는 이상 이는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채무인수가 아니라 이행인수로 보아야 하고, 위 약정의 내용은 매도인과 매수인의 계약으로 매수인이 매도인의 채무를 변제하기로 하는 것으로서 매수인은 제3자의 지위에서 매도인에 대하여만 그의 채무를 변제할 의무를 부담함에 그치므로 채권자의 승낙이 없으면 그에게 대항하지 못할 뿐 당사자 사이에서는 유효하게 성립한다(1993.2.12. 92다23193). 즉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기 위하여는 이에 대한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한다(2001.4.27. 2000다69026).
* 토지의 매수인이 매매목적물에 관한 임대차보증금 반환채무를 인수하는 한편 그 채무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약정한 경우, 그 인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도인을 면책시키는 면책적 채무인수로 보아야 한다. [17변시] ( X )
나. 채무인수효력발생시기
채무인수의 효력은 특약이 없는 한 그 매매계약의 체결시가 아니라 그 계약에서 정한 매매대금의 지급시기에 발생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매매대금의 지급과 부동산의 권리이전소요서류의 교부를 동시이행으로 약정한 경우에는 반대급부의 이행제공이 없는 한 매매대금 지급에 갈음한 채무인수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1989.3.28. 88다카6228).
다. 매수인이 인수채무지급의무와 매매대금지급의무와의 관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위 피담보채무를 제외한 나머지를 상대방에게 지급함으로써 매매계약상의 잔금지급의무를 다한 것이 된다(2004.7.9. 2004다13083). 따라서 채무의 이행인수의 약정에 의하여 매수인은 그의 매매대금지급의무를 다하였다 할 것이므로 설사 매수인이 인수한 채무를 현실적으로 변제하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매도인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1993.6.29. 93다19108).
라. 매수인이 인수채무를 이행한 경우
매수인이 채권자에게 인수채무를 변제하더라도 이는 자기 채무의 변제이므로, 원칙적으로 매도인에 대한 구상권이 발생하지 않는다.
마. 매도인의 계약해제권이 발생하는 경우
매수인이 인수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매매대금의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계약해제권이 발생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는, 매매계약의 당사자들이 그러한 내용의 매매계약에 이르게 된 경위, 매수인의 인수채무 불이행으로 인하여 매도인이 입게 되는 구체적인 불이익의 내용과 그 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매매대금의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한 것과 동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2007.9.21. 2006다69479). 예컨대 ⅰ) 매매목적물에 관한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한 매수인이 인수채무의 일부인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의 변제를 게을리함으로써 매매목적물에 관하여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고 매도인이 경매절차의 진행을 막기 위하여 피담보채무를 변제하였다면, 매도인은 채무인수인에 대하여 손해배상채권을 취득하는 이외에 이 사유를 들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2004.7.9. 2004다13083), ⅱ) 매수인이 인수채무의 이행을 지체함으로 인하여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이나 공동담보로 제공된 다른 부동산에 설정된 담보권의 실행으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거나 개시될 염려가 있고, 또한 매도인측이 이를 막기 위하여 부득이 피담보채무를 변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라면 그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1998.7.24. 98다13877).
다만 이 경우 해제권은 매수인의 대금지금 지체를 이유로 한 해제권의 성격을 가지므로 해제권이 발생하기 위하여는 제544조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따라서 매도인은 자기의 급부의무의 이행(소유권이전등기 경료) 또는 이행의 제공(등기서류의 교부)이 있어야 한다.
바. 매도인의 계약해제권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
ⅰ) 매수인이 인수한 피담보채무의 이자를 납부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이나 공동담보로 제공된 다른 부동산에 설정된 담보권의 실행으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거나 개시될 염려가 있고, 또한 매도인 측이 이를 막기 위하여 부득이 피담보채무를 변제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 ⅱ) 매수인이 비록 매매대금의 일부 지급에 갈음하여 인수한 피담보채무인 대출금채무의 이자를 지급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채무인수 자체에 관하여 매도인과 사이에 다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하여 매매목적물인 부동산이나 공동담보로 제공된 다른 부동산에 설정된 근저당권의 실행으로 임의경매절차가 개시되었다거나 개시될 염려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고, 더욱이 위 매매목적 부동산에 관하여 매수인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미 경료된데다가 그 경제적 가치가 위 대출금채무를 담보하기에 충분한 이상 매도인으로서는 임의경매를 막기 위하여 부득이 위 대출금채무의 이자를 변제할 만한 실제적인 필요성이 있었다고도 보기 어려우므로, 그러한 사유만으로 매도인이 위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1998.10.27. 98다25184). ⅲ) 매수인이 매도인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무를 인수한 사안에서,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먼저 인수채무의 이행을 요구해 보지도 않은 채 자기의 출연이 아니라 매매목적물을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여 받은 돈으로 종전 임차인의 임차보증금을 반환한 경우, 매수인이 그 전세보증금 상당액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만으로는 매수인이 매매대금 지급의무를 불이행하였다고 평가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매도인이 자기의 의무에 관한 이행의 제공 없이 한 매매계약 해제권의 행사는 그 효력이 없다(1995.8.11. 94다58599)
사. 계약해제의 요건 및 효과
아직 소유권이전등기가 매수인 앞으로 마쳐지지 않은 경우에는 위 인수채무의 이행과 소유권이전등기에 필요한 등기서류의 제공의무는 상호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 할 것이므로, 매도인은 자기의 의무에 관한 이행제공 없이는 그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제544조 및 1995.8.11. 94다58599 참조). 매도인이 경매절차의 진행을 막기 위하여 피담보채무를 대신 변제하였다면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또는 구상채권을 갖게 된다 할 것이므로 매도인이 위 채무를 변제하고 매수인에 대하여 그 변제액만큼의 매매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경우 이는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를 청구하는 경우에 해당되어 그 인수채무를 변제한 여부에 관한 입증책임은 매도인 측에 있다(1994.5.13. 94다2190). 부동산매매계약과 함께 이행인수계약이 이루어진 경우, 매수인이 인수한 채무는 매매대금지급채무에 갈음한 것으로서 매도인이 매수인의 인수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또는 임의로 인수채무를 대신 변제하였다면,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는 인수채무의 변형으로서 매매대금지급채무에 갈음한 것의 변형이므로 매수인의 손해배상채무 또는 구상채무와 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대가적 의미가 있어 이행상 견련관계에 있다고 인정되고, 따라서 양자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다고 해석함이 공평의 관념 및 신의칙에 합당하다(2004.7.9. 2004다13083).
아. 계약해제권 유보 특약의 해석
부동산매매계약에 있어 매수인이 매매목적 부동산 위에 설정된 근저당권에 기한 제3자의 피담보채무를 인수하고 그 채무 해당액을 매매대금에서 공제하기로 하면서, 만일 장래 채권자의 승낙 거절로 인하여 근저당채무인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때에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기로 약정한 경우, 이는 매도인과 매수인 쌍방을 위하여 해제권을 유보시킨 특약으로 해석하여서는 안 되고, 오로지 매수인 일방만을 위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는 것이 판례(1991.5.28. 91다8838)의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