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배서
(1) 의의
환배서란 어음․수표채무자를 피배서인으로 한 배서를 말한다(어음법 제11조 제3항, 수표법 제14조 제3항). 「역배서」라고도 한다. 인수하지 않은 지급인에 대한 배서는 어음채무자에 대한 배서가 아니므로 환배서가 아니나, 어음법은 편의상 이를 환배서와 함께 규정하고 있다.
환배서에 의하여 어음․수표채무자가 어음․수표상의 권리를 취득하면, 어음․수표상의 권리와 의무가 동일인에게 귀속한다. 민법의 일반원칙에 의하면 이 때 혼동의 법리에 의해 채권․채무가 소멸할 것이나, 어음법․수표법은 혼동의 법리를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환배서에 의해 어음․수표상의 권리는 소멸하지 않고, 피배서인은 권리를 행사하거나, 다시 배서하여 양도할 수 있다.
(2) 효력
환배서도 배서이므로 배서로서의 일반적 효력을 가진다. 다만 환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수표상 권리의 취득자인 동시에 어음․수표상 채무자이기도 한 관계로 어음․수표상 권리의 행사에 일정한 제한이 따른다. 이를 각 어음․수표채무자의 지위에서 개별적으로 살펴보자.
1) 배서인에 대한 환배서
甲 → 乙 → A → B → 乙과 같이 배서가 이루어졌다고 하자.
① 상환청구권 행사의 제한
乙이 원래의 배서를 기준으로 자신의 전자인 발행인 甲에 대하여 어음․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문제는 乙이 배서인으로서의 乙과 소지인으로서의 乙 사이에 존재하는 채무자 A, B에게도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하여 학설은 일치하여 상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한다. 乙이 A, B에게 상환청구를 하면 A, B가 다시 그 전자인 乙에게 동일한 상환청구를 할 것이므로 乙의 A, B에 대한 상환청구는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뒤의 乙이 A, B에 대하여 상환청구를 할 수 없는 이유는 앞의 乙이 A, B에게 담보책임을 부담하기 때문이므로, 앞의 乙이 A, B에게 담보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경우에는 뒤의 乙은 A, B에게 상환청구를 할 수 있다.
A. 무담보배서 앞의 乙이 무담보배서를 하였다면 앞의 乙은 모든 후자에 대하여 담보책임을 지지 않으므로 뒤의 乙은 A, B 모두에게 상환청구를 할 수 있다.
B. 배서금지배서 앞의 乙이 배서금지배서를 하였다면 앞의 乙은 A에게는 담보책임을 부담하나 B에게는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뒤의 을은 A에게는 상환청구를 할 수 없으나, B에게는 할 수 있다.
C. 기타 청구거절 사유가 있는 경우 乙과 A 사이의 원인관계가 해제되는 등 앞의 乙이 A에게 어음․수표상의 청구를 거절할 수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뒤의 乙은 A에게 상환청구를 할 수 있다.
② 다시 양도하는 경우
乙은 이 어음․수표를 다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데, 이때 乙로부터 그 어음․수표를 배서양도 받은 제3자는 완전한 권리를 취득한다. 따라서 모든 전자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어음․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③ 인적항변 절단의 배제
인적항변은 속인적인 것이므로 채무자가 특정한 배서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인적항변은 그 배서인이 다시 환배서에 의하여 어음․수표를 취득한 경우에도 절단되지 않는다. 위 예에서 甲․乙 사이의 어음․수표 발행의 원인관계가 취소되었다고 하자. 이때 앞의 乙이 이 어음․수표를 A에게 배서하면 甲의 乙에 대한 인적항변은 A에 대하여 절단된다. 그러나 乙이 다시 환배서에 의해 이 어음․수표를 취득한 경우에는 甲은 乙에게 원인관계의 취소를 인적항변으로 주장할 수 있다.
2) 주채무자에 대한 환배서
환어음의 인수인이나 약속어음의 발행인과 같이 어음의 주채무자가 환배서에 의해 어음을 취득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甲 → 乙 → A → B → 甲 순으로 약속어음이 발행․배서되었다고 하자.
① 상환청구권 행사의 제한
환배서에 의해 어음을 취득한 주채무자 甲은 누구에 대해서도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자기 자신에게 주채무의 이행을 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배서인에 대한 환배서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乙․A․B에게 상환청구를 할 수도 없다. 다만 앞의 甲이 원인관계상의 사유 등으로 乙․A․B에게 어음상의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들에 대한 상환청구가 가능하다.
② 다시 양도하는 경우
A. 원칙 甲은 이 어음을 다시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고, 이때 甲으로부터 그 어음을 배서양도받은 제3자는 완전한 권리를 취득하므로 모든 전자에 대하여 아무런 제한 없이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 점 배서인에 대한 환배서의 경우와 같다.
B. 유통기간 후 양도 환배서에 의해 어음을 취득한 주채무자 甲이 지급거절증서 작성 후 또는 지급거절증서 작성기간 경과 후 어음을 제3자에게 배서양도한 경우에도 제3자는 어음상의 권리를 취득하는가? 이에 대해서는 학설이 대립한다. ⅰ) 부정설은 이 경우 어음상의 권리가 예외적으로 혼동의 법리에 의해 소멸하므로 제3자는 아무런 권리도 취득하지 못한다고 한다. ⅱ) 반면 기한후배서설은 주채무자의 배서는 유효하나 기한후배서로서 지명채권양도의 효력만을 가진다고 한다. 주채무는 소멸시효가 완성하기까지는 존속하는데 유독 주채무자가 어음을 양도한 경우에만 혼동으로 소멸한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점을 이유로 한다. 기한후배서설이 타당하다.
3) 환어음 및 수표의 발행인에 대한 환배서
甲이 丙을 지급인으로 하여 乙에게 환어음․수표를 발행하고, 이를 乙이 A에게, A가 B에게, B가 다시 甲에게 배서한 경우이다. 법률관계는 위에서 본 바와 대체로 같다.
① 환어음
환어음의 발행인 甲이 환배서에 의해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甲은 인수인 丙에게만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乙․A․B에 대해서는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다만 앞의 甲이 乙․A․B에게 어음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경우에는 그들에 대한 상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또한 甲이 다시 이 어음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제3자는 아무런 제한 없이 모든 전자(乙․A․B)에게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② 수표
수표의 발행인 甲이 환배서에 의하여 수표를 양수한 경우에는 甲은 누구에 대해서도 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수표에는 주채무자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지급인 丙이 지급보증을 한 경우에는 丙에 대한 수표상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기타의 점은 환어음의 경우와 같다.
4) 보증인에 대한 환배서
보증인이 환배서에 의해 어음․수표를 취득한 경우 보증인은 피보증인 및 피보증인의 전자에 대해서만 어음․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피보증인과 환배서에 의해 어음․수표를 취득한 보증인 사이에 있는 채무자에 대해서는 어음․수표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예컨대, 甲이 乙에게 발행한 약속어음에 乙’가 乙의 채무를 보증한 후 이 어음을 乙이 A에게, A가 B에게, B가 乙’에게 배서하였다고 하자. 즉 甲 → 乙(乙’ 보증) → A → B → 乙’ 이와 같이 어음이 발행․배서된 경우이다. 이 경우 보증인 乙’는 피보증인 乙과 그의 전자인 甲에 대해서만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A․B에 대해서는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乙’가 A․B에게 상환청구를 하면 A․B는 乙에게 상환청구를 할 수 있는데, 보증인은 피보증인과 같은 채무를 지므로(어음법 제32조 제1항, 수표법 제27조 제1항) 이때 A․B는 乙’에게도 상환청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인수하지 않은 지급인에 대한 배서
① 환어음
인수하지 않은 환어음의 지급인은 어음채무자가 아니므로 그에 대한 배서는 환배서가 아니다. 따라서 배서에 의해 어음을 취득한 지급인의 지위는 보통의 어음소지인의 지위와 동일하다. 다만 지급인이 어음을 다시 유통시킨 후 인수제시를 받아 인수를 하면 인수인에 대한 환배서와 같은 효력이 주어진다.
② 수표
수표의 지급인에 대한 배서는 영수증의 효력만 있고(수표법 제15조 제5항 본문), 지급인의 배서는 무효이다(동조 제3항). 수표의 신용증권화 방지를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