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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음수표행위의 성립
어음․수표행위가 유효하게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적법한 방식을 갖추어야 하고(형식적 요건), ② 행위능력 등 일반 법률행위의 유효요건을 갖추어야 한다(실질적 요건). ③ 나아가 어음․수표행위가 성립하기 위해 어음․수표가 상대방에게 교부될 필요도 있는지에 대하여 견해가 대립한다.
1. 형식적 요건(어음․수표행위의 방식)
(1) 법정기재사항의 기재
어음법․수표법은 어음․수표행위별로 그에 부합하는 의사표시의 내용과 방법을 정형화하여 규정하고 있다. 어음․수표행위는 법이 정한 그 내용과 방법에 따라 하여야 한다. 법정기재사항은 어음․수표행위의 종류별로 다른데, 예컨대, 환어음의 발행은 8가지의 어음요건을 적어야 하고(어음법 제1조), 배서는 피배서인의 성명과 배서문구를 적어야 한다. 법정기재사항을 갖추지 않을 경우 어음․수표행위는 원칙적으로 무효가 된다(엄격한 요식증권성).
(2) 기명날인 또는 서명
모든 어음․수표행위는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요한다.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결여된 어음․수표행위는 절대 무효이다. 어음․수표행위에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이유는 채무를 누가 부담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함이다. 따라서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 유효한지는 행위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
1) 기명날인
기명날인이란 어음․수표행위자가 성명을 기재하고(기명) 그의 인장을 찍어 인영, 즉 도장자국을 만드는 것(날인)을 말한다.
① 기명
ⅰ) 기명은 반드시 자필로 할 필요는 없고, 인쇄․타이핑․고무인 등 무엇으로 하여도 상관 없다. ⅱ) 본명뿐만 아니라 통칭․예명 등을 적어도 무방하다. 상인이 성명 대신 상호를 기재하는 것도 기업이 독립적인 법인격을 갖추지 있지 않다면 상인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아 유효로 보는 것이 통설이다. ⅲ) 기재에 사소한 실수가 있어 기명과 날인이 일치하지 않더라도 어음․수표행위자를 특정할 수 있는 한 유효하다. 판례는 본명이 ‘정창균’임에도 ‘정창규’라고 기명하고 창균이라는 도장을 찍어서 한 약속어음의 발행을 유효하다고 한바 있다(대판 1969.7.22. 69다742). ⅳ) 그러나 날인만 있고 기명은 없는 어음․수표행위는 행위자가 특정되지 아니하므로 무효이다(대판 1999.3.9. 97다7745).
② 날인
「날인」이란 ‘인장’을 ‘압날’하는 것이다. 날인은 반드시 등록된 인감만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인장을 사용하더라도 무방하다. 기명만 있고 날인이 없는 어음․수표행위는 무효이다. 다만 자필기명은 서명으로서 유효성이 인정될 수는 있다.
③ 기명날인과 관련한 몇 가지 쟁점
ⅰ) 무인 또는 지장을 찍는 것은 유효한 날인이 될 수 없다(통설․판례, 대판 1962.11.1. 62다604). 무인이 어음․수표행위자가 누구인지를 밝히는데 가장 정확하기는 하겠으나, 어음․수표거래상 요구되는 것은 과학적인 진실규명이 아니라 어음․수표행위자가 누구인지를 신속하게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ⅱ) 기명과 날인은 서로 일치해야 하는가? 통설은 어음․수표행위자의 진정한 의사에 기하여 기명날인이 이루어진 이상 기명과 날인이 서로 일치하지 않더라도 유효한 것으로 본다. 판례도 ‘황택임’이라는 기명 옆에 ‘서상길’이라는 인장을 압날한 것을 적법한 기명날인으로 보았다(대판 1978.2.8. 77다2489). 이 경우 어음․수표행위는 「기명」 부분에 표시된 자가 한 것으로 본다.
2) 서명
서명이란 자필로 성명을 기재하는 것을 말한다. 별도로 인장을 압날할 필요는 없다. 이 점 기명날인과 구별된다. 흔히 「사인」(signature)이라고 하여 성명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갈겨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통해 서명자의 성명을 식별할 수 없다면 이는 서명이라 할 수 없다. 서명은 성명을 자필로 기재하여 어음․수표행위자가 누구인지를 나타내는 방법이므로 그 외관은 성명의 식별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3) 법인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법인의 어음․수표행위는 대표기관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그 방식은 ⅰ) 법인의 명칭, ⅱ) 대표자격, ⅲ) 대표기관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이하 ‘기명날인’이라고만 함)의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야 한다. 예컨대, 「A주식회사 대표이사 甲」이라고 기재하고 甲의 인장을 찍거나 甲이 서명을 하는 방식에 의해야 한다. 여기서 인장은 회사의 인장이 아니라 甲의 인장이다. 어음․수표행위는 대표기관인 甲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표이사들은 일반적으로는 개인 인장을 사용하지 않고 “A주식회사 대표이사 甲” 또는 “A주식회사 대표이사”라고 새겨진 직인을 사용하는데 이는 유효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제 거래에서는 법적 지식의 부족으로 위 세 가지 중 일부를 빠뜨리고 어음․수표행위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각 요소가 흠결된 경우의 판례의 태도를 보도록 하자.
① 법인의 명칭이 흠결된 경우
법인의 명칭이 흠결된 어음․수표행위는 법인의 어음․수표행위로 볼 수 없다. 날인된 인영에 법인의 명칭이 나타나 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즉 “발행인 명의가 단순히 「홍경민」으로만 되어 있으면 비록 그 이름 하에 날인된 인영이 회사의 대표이사 직인이라 할지라도 그 어음은 홍경민이 회사를 대표하여 발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대판 1979.3.27. 78다2477).”고 판시하였다.
② 대표자격의 표시가 흠결된 경우
예를 들어 「A주식회사 甲」이라고 기명하고 甲의 개인 인장을 날인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역시 법인의 어음․수표행위로서의 효력은 없고 甲의 개인적인 어음․수표행위가 될 뿐이다. 그러나 판례는 인영에 대표이사라는 사실이 드러나 있으면 법인의 어음․수표행위로 보기도 한다. 즉 “「A주식회사 甲」이라고만 기재하고 그 기명 옆에는 ‘A주식회사 대표이사’라고 조각된 인장을 날인하였다면 그 수표의 회사 명의 배서는 甲이 A회사를 대표한다는 뜻이 표시되어 있다고 판단함이 정당하다(대판 1994.10.11. 94다14626).” 라고 판시하였다.
③ 대표기관의 기명이 없는 경우
법인의 명칭만 기재하고 대표기관의 날인만 있는 어음․수표행위는 무효로 보는 것이 통설․판례이다. 예컨대, 「A주식회사」라고 기재하고 그 옆에 甲이 기명을 생략한 채 甲의 개인 인장만 압날하여 어음․수표행위를 하는 경우이다. 판례는 “은행 지점장이 은행 지점 명칭이 새겨진 명판을 찍고 기명을 생략한 채 자신의 사인(私印)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한 배서는 행위자인 대리인의 기명이 누락되어 무효이다(대판 1999.3.9. 97다7745).”라고 판시하였다. 같은 맥락에서 「A주식회사」라고 기재하고 그 옆에 회사의 인장이나 대표이사의 직인만 날인한 어음․수표행위도 무효이다. 판례도 “주식회사 국민은행 중부 지점이라고만 기재하여 회사인을 날인하고 그 대표자의 기명날인이 없는 배서는 무효라 할 것이다(대판 1964.10.31. 63다1168)”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경우에는 법인의 어음․수표행위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표기관인 甲의 기명이 없으므로 甲 개인의 어음․수표행위도 되지 않는다.
4) 조합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
조합은 법인격이 없으므로 조합 자체의 어음․수표행위는 있을 수 없다. 조합원 전원이 어음․수표채무를 부담할 의사로 어음․수표행위를 한다면, ⅰ) 조합원 전원이 기명날인을 하거나, ⅱ) 대리의 방식에 의할 경우에는 조합원 전원을 본인으로 기재하고 대리관계를 표시하여 대리인이 기명날인을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판례는 조합의 대표가 「A조합 대표자 甲」이라는 식으로 조합의 명칭과 대표자격을 표시하고 날인하였다면 조합원 전원을 기재하지 않았어도 甲이 조합원 전원을 대리하여 어음․수표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대판 1970.8.31. 70다1360). 조합명칭의 기재만으로 어음․수표행위자 본인들의 동일성이 표시된다고 본 때문이다. 표시방식에 있어서는 사실상 법인과 차이가 없는 셈이다.
5) 기명날인 또는 서명의 대행
① 기명날인의 대행
기명날인의 대행은 타인이 본인으로부터 수권을 받아 어음․수표행위자 본인의 기명을 하고 본인의 인장을 압날하는 것이다. 기명날인은 반드시 자필로 기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대행도 허용된다. 기명날인의 대행은 「사실적 대행」과 「대리적 대행」 두 가지 유형이 있다. ⅰ) 사실적 대행은 대행자가 단지 본인의 지시에 의해 어음․수표면을 작성한 후 기명하고 날인하는 동작을 해 주는 경우이다. 이는 대행자가 단지 어음․수표행위자의 손발이 되어 사실적 동작을 대신함에 불과한 것으로 이렇게 한 기명날인은 본인 자신의 기명날인으로 본다. ⅱ) 대리적 대행은 대리인이 일정한 범위의 대리권을 수여 받고 본인의 인장을 보관하면서 스스로의 재량으로 본인 명의의 기명날인을 하는 경우이다. 본인에게 법률효과가 미친다는 점에서 대리와 동일하고 다만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대리의 일종으로 보아 대리의 법리를 적용한다.
② 서명의 대행
서명의 대행은 대행자가 본인으로부터 수권을 받아 본인의 성명을 수기(手記)하는 행위를 대신해 주는 것이다. 서명은 「자필」기명인데 대행이 가능한가? 대행에 의한 서명도 유효하다고 본다. 서명이 대행되었는지는 어음․수표의 이해관계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없어, 서명이 대행되었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하면 어음․수표의 유통성이 보호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2. 실질적 요건
어음․수표행위도 법률행위이므로 법률행위 일반에 공통되는 유효요건을 구비하여야 한다. 대체로 법률행위의 유효요건에 관한 민법의 일반원칙이 그대로 적용되나, 일부는 어음․수표행위의 특성을 고려하여 수정하여 적용되거나 적용이 배제되기도 한다.
(1) 어음․수표상의 권리능력
1) 권리능력 없는 사단
권리능력 없는 사단은, 부동산등기법 제26조가 부동산등기능력을, 민사소송법 제52조가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것처럼 법률이 특별히 권리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리능력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지 않은 이상 권리능력 없는 사단은 어음․수표상의 권리능력을 갖지 못한다(통설). 그렇다면 종중․교회․사찰 등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대표자가 사단의 명칭을 기재하고 대표관계를 표시하여 어음․수표행위를 한 경우 그 어음․수표상의 책임은 누가 부담하는가? 이 문제는 책임의 부담에 관한 것으로서, 권리능력 없는 사단이 어음․수표상의 권리능력을 갖는지의 문제와는 다른 것이다. 학설은, ⅰ) 대표자책임설, ⅱ) 구성원공동책임설, ⅲ) 사단책임설이 대립하나, 판례는 “비법인사단의 대표자의 위임에 따른 어음행위로 인한 어음금의 지급책임은 독립한 권리의무의 주체인 비법인사단에게 귀속되는 것이지 그 구성원들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대판 1992.7.10. 92다2431).”라고 판시하여 사단책임설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는 것이 어음․수표행위자나 취득자의 기대에 부합하므로 타당하다.
2) 조합
조합 역시 어음․수표상의 권리능력은 인정되지 않는다. 한편 판례에 의하면 조합의 대표가 「A조합 대표자 甲」이라는 식으로 조합의 명칭과 대표자격을 표시하고 날인하였다면 甲이 조합원 전원을 대리하여 어음․수표행위를 한 것으로 본다(대판 1970.8.31. 70다1360)함은 앞에서 보았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어음․수표행위를 했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학설은, ⅰ) 대표자책임설, ⅱ) 조합원합동책임설, ⅲ) 1차적으로 조합재산으로 책임을 지고 그것으로 부족할 경우 각 조합원이 부담부분의 범위 내에서 개인재산으로 책임을 진다는 조합 및 조합원책임설 등이 있다. 판례는 “전조합원이 없다 할지라도 전조합원의 성명이 표시되어 있는 경우와 같이 전조합원은 어음의 공동발행인으로서 합동책임을 져야 한다(대판 1970.8.31. 70다1360).”라고 하여 조합원합동책임설의 취하고 있다. 권리능력 없는 사단의 경우 사단책임설을 취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 판례에 대해서는 조합의 경우에도 조합 및 조합원책임설이 어음․수표행위자나 취득자의 기대에 부합한다는 비판이 있다.
3) 회사
영리회사의 경우 정관에 정한 목적의 범위 내로 일반적인 권리능력이 제한되는지에 관해 무제한설과 제한설의 대립이 있다. 무제한설에 의하면 회사는 당연히 어음․수표상의 권리능력을 갖는다. 제한설에 의할 경우 어음․수표행위는 회사의 목적 범위 내에 해당하는가? 어음․수표행위는 추상성을 가지므로 회사의 목적과 관련 짓는 것은 적당하지 않다. 목적 범위 내인지는 원인관계에서나 문제될 수 있을 뿐이다. 요컨대, 회사는 목적 여하에 불문하고 어음․수표상의 권리능력을 갖는다.
(2) 어음․수표행위능력
민법상 제한능력에 관한 규정은 어음․수표행위에도 일반적으로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① 의사능력 없는 자의 어음․수표행위는 당연히 무효이고, ② ⅰ)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한 어음․수표행위, ⅱ) 피성년후견인이 동의 유무를 불문하고 단독으로 한 어음․수표행위, ⅲ) 피한정후견인이, 법원이 어음․수표행위를 동의가 필요한 행위로 정하였음에도 한정후견인의 동의 없이 한 어음․수표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1) 제한능력을 이유로 한 어음․수표행위의 취소
제한능력을 이유로 한 어음․수표행위의 취소는, ① 직접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취득자에게도 할 수 있고, ② 물적항변사유이므로 누구에게나 주장할 수 있다. ③ 또한 취소를 한 제한능력자는 책임을 면하고, 자신의 권리행사를 위하여 어음․수표 소지인에게 어음․수표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때 자신이 원인관계에서 얻은 이득은 부당이득으로서 현존이익의 범위에서 반환해야 한다. 그리고 소지인이 어음․수표를 선의취득하는 경우에는 어음․수표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자. 甲이 미성년자인 乙에게 丙을 지급인으로 한 환어음을 발행하였는데, 乙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이를 A에게 배서하였다. 그리고 A가 이를 다시 B에게 배서하여 현재 이 어음은 B가 소지하고 있다. B가 丙에게 어음을 제시하고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丙이 지급을 거절하자, B는 乙에게 상환청구를 하였다. 이에 乙은 B에게 ‘제한능력을 이유로 자신의 배서를 취소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이때 B는 乙 또는 A로부터 어음금을 받을 수 있는가?
① 먼저 乙이 배서는 A에게 하였는데 그 배서의 취소는 B에게 할 수 있는가? 어음․수표행위의 취소는 직접의 상대방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취득자에게도 할 수 있으므로 B에게도 취소할 수 있다. ② 제한능력을 이유로 한 취소는 물적항변사유이므로 배서를 취소하면 乙은 B를 비롯한 모든 사람에 대하여 어음상의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乙이 배서를 취소하는 경우 B는 乙로부터는 어음금을 받을 수 없다. ③ B가 A로부터는 어음금을 받을 수 있는지는 B가 어음을 선의취득하였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B가 어음을 선의취득하지 못하였다면 B는 배서를 취소한 乙에게 어음을 반환해야 하고, 그 결과 A로부터도 어음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B가 어음을 선의취득한 경우에는 乙에게 어음을 반환할 필요가 없고, A에게 상환청구를 하여 어음금을 받을 수 있다(A의 책임과 관련해서는 어음․수표행위 독립의 원칙 부분을 참고하기 바란다).
2) 미성년자의 행위능력 제한에 관한 예외
① 미성년자가 단순히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하지 않는다(민법 제5조 제1항 단서). 그러나 어음․수표행위는 언제나 채무를 부담하거나 권리를 처분하는 내용이므로 이에 해당하는 예는 생각할 수 없다(통설).
②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하여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으므로(민법 제6조), 미성년자는 그 재산에 관하여 어음․수표행위능력을 가진다(다수설).
③ 미성년자가 법정대리인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영업을 하거나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 되는 경우, 미성년자는 그 영업상의 행위로서 하거나 그 사원자격으로 하는 어음․수표행위에 대하여는 어음․수표행위능력을 갖는다(민법 제8조, 상법 제7조).
(3) 어음․수표행위의 목적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불공정한 법률행위에 관한 민법의 규정(제103조, 제104조)은 어음․수표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어음․수표행위는 무인성을 가지므로 그 자체의 목적은 항상 적법하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원인관계가 위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가 됨으로써 어음․수표관계에서 인적항변의 문제가 생길 수는 있다. 예컨대, 상대방의 폭리행위(민법 제104조)로 인해 부담한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더라도 그 어음 발행은 유효하다. 다만 발행인은 원인관계가 무효라는 인적항변을 제기하며 상대방에게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4) 의사표시의 하자
의사표시의 하자에 관한 민법의 규정은 어음․수표행위에 그대로 적용된다. 즉 비진의의사표시, 통정허위표시,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사기․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민법 제107조~제110조)에 관한 규정은 모두 어음․수표행위에 적용된다. 한결같이 선의의 제3자 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어 어음․수표행위에 적용하더라도 어음․수표의 유통성에 장애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취소의 상대방」과 「취소 시 제3자의 보호」와 관련하여 유의할 점이 있다.
관련 판례를 통하여 보자. 甲이 약속어음을 할인해 주겠다는 거짓말에 속아 乙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는데, 乙이 이를 A에게 배서하여 A가 약속어음을 소지하고 있다. A가 甲에게 어음금 지급을 청구하자 甲은 A에게 사기를 이유로 약속어음 발행을 취소하면서 지급을 거절하였다. A는 甲으로부터 어음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가?
1) 취소의 상대방
먼저 甲이 발행의 상대방인 乙이 아니라 乙로부터 어음을 취득한 A에게 약속어음의 발행을 취소할 수 있는가가 문제된다. 이에 관해 판례는 제한능력을 이유로 한 취소와 동일하게 “사기와 같은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어음발행행위를 취소하는 경우에 그 취소의 의사표시는 어음발행행위의 직접 상대방에 대하여 뿐만 아니라 어음발행행위의 직접 상대방으로부터 어음을 취득하여 그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하고 있는 소지인에 대하여도 할 수 있다(대판 1997.5.16. 96다49513).”라고 판시하여 甲의 A에 대한 취소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2) 취소의 효과
甲은 乙의 사기를 이유로 한 발행의 취소를 가지고 A에게 대항할 수 있는가? 판례는 “어음행위에 착오․사기․강박 등 의사표시의 하자가 있다는 항변은 어음행위 상대방에 대한 인적항변에 불과한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가 아닌 한, 소지인이 중대한 과실로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종전 소지인에 대한 인적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대판 1997.5.16. 96다49513).”라고 판단하여 원심에서 소지인 A의 중과실 유무에 대한 판단은 무의미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A에게 해의가 없는 한 甲은 발행의 취소를 A에게 대항할 수 없고 A에게 어음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이처럼 민법상 선의의 제3자 보호는 어음법․수표법에서는 인적항변의 문제로 전환된다.
3) 통정허위표시와 증명책임에 관한 판례
발행인과 수취인이 통모하여 진정한 어음채무 부담이나 어음채권 취득에 관한 의사 없이 단지 발행인의 채권자에게서 채권추심이나 강제집행을 받는 것을 회피하기 위하여 형식적으로만 약속어음의 발행을 가장한 경우 이러한 어음발행행위는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이다(대판 2005.4.15. 2004다70024). 이 경우에도 어음 발행행위 등 어떠한 의사표시가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는 자에게 그 사유에 해당하는 사실을 증명할 책임이 있다(대판 2010.6.24. 2010다12852).
3. 증권의 교부(어음․수표이론)
(1) 의의
어음․수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어음․수표이라는 증권을 「작성」하여 상대방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음․수표는 언제 효력을 발생하는가? 다시 말해 어음․수표의 발행에 증권의 교부를 요하는가? 이 문제는 발행인이 어음․수표를 작성만 하고 상대방에게 교부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통이 개시된 경우, 또는 어음․수표를 수령하는 자에게 어음․수표수령의 의사가 흠결된 경우 이를 완성된 어음․수표로 볼 것이냐, 나아가서 이 어음․수표에 관해 선의취득이 가능하냐는 문제로 연결된다. 어음․수표이론은 어음․수표행위에 의하여 어음․수표상의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는 이유와 시기를 찾는 논의로서 어음․수표행위의 본질을 파악하는 이론이다.
(2) 학설
1) 학설의 내용
① 창조설은 어음․수표상의 채무는 발행인이 어음․수표를 일방적으로 작성함으로써 발생하고 증권의 교부는 필요하지 않다고 한다. 이에 의하면 발행인이 작성한 어음․수표가 교부 전에 도난․분실 등 발행인의 의사에 반하여 유통되더라도 어음․수표는 유효하고 발행인은 어음․수표채무를 부담한다.
② 발행설은 어음․수표의 발행은 단독행위로서, 발행인이 증권을 작성하고 이를 자신의 의사에 기하여 특정의 상대방에게 교부하여야 어음․수표채무가 발생한다고 한다. 다만 상대방의 어음․수표 수령의사나 수령능력은 요하지 않고, 권리자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든 발행인의 의사에 의해 교부하면 족하다고 한다.
③ 교부계약설은 어음․수표상의 채무는 발행인이 어음․수표를 작성하고 상대방과 어음․수표의 교부에 관한 계약을 체결해야 발생한다고 한다. 즉 어음․수표가 상대방에게 교부되어 도달해야 하고, 상대방이 수령의사와 수령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을 요한다.
④ 권리외관설은 교부계약설의 변형으로서 어음․수표채무는 원칙적으로 어음․수표의 작성과 어음․수표의 교부계약에 의해 발생하지만, 교부계약이 흠결된 경우라도 어음․수표를 작성한 자는 어음․수표상의 권리가 존재하는 듯한 외관을 창출하였으므로 그에 대해 귀책사유가 있는 한 교부계약이 있는 경우와 동일하게 책임져야 한다고 한다.
2) 각 학설의 차이점
창조설․발행설․교부계약설 중 창조설이 발행인의 어음․수표채무를 가장 쉽게 인정하고 교부계약설이 가장 어렵게 인정하며, 발행설은 그 중간이다. 권리외관설은 어음․수표상의 권리가 존재하는 듯한 외관을 창출하였는지를 가지고 판단하므로 별개로 따져야 한다.
사례를 통해 각 학설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甲이 어음용지에 乙을 수취인으로 기재하고, 다른 어음요건을 기재한 후 기명날인하여 두었다. 그런데 현재 어음은 B가 소지하고 있다. B가 어음을 소지하게 된 다음 각각의 경우에 이 증권이 유효한 어음인지, 즉 甲이 B에게 어음금 지급 채무를 부담하는지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甲이 乙에게 어음을 교부하기 전에 도둑이 어음을 절취하여 유통시킨 경우 | 甲이 乙에게 어음을 교부하였으나 乙이 수령 시 의사무능력이었던 경우 | 甲이 乙에게 교부하여 乙이 수령하였고, 이때 乙은 수령능력․수령의사 모두 있었던 경우 | |
甲이 乙에게 어음을 발행할 의사로 어음을 작성하였으나 실제로는 A에게 교부한 경우 | |||
창조설 | ◯ | ◯ | ◯ |
발행설 | ✕ | ◯ | ◯ |
교부계약설 | ✕ | ✕ | ◯ |
권리외관설 | ◯ | ◯ | ◯ |
甲이 어음상의 권리가 존재하는 듯한 외관을 창출하였으므로 |
(3) 판례
판례는 분실한 어음의 소지인에 대해서 발행인이 교부흠결을 이유로 지급을 거절한 사안에서 “어음을 유통시킬 의사로 어음상에 발행인으로 기명날인하여 외관을 갖춘 어음을 작성한 자는 그 어음이 도난․분실 등으로 인하여 그의 의사에 의하지 아니하고 유통되었다고 하더라도, 배서가 연속되어 있는 그 어음을 외관을 신뢰하고 취득한 소지인에 대하여는 그 소지인이 악의 내지 중과실에 의하여 그 어음을 취득하였음을 주장․입증하지 아니하는 한 발행인으로서의 어음상의 채무를 부담한다(대판 1999.11.26. 99다34307).”라고 판시하였다. 권리외관설은 교부계약설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판례의 입장은 교부계약설을 권리외관설로 보충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