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주의의무와 경영판단의 원칙
(1)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선관주의의무)
회사와 이사의 관계는 위임에 관한 민법 제681조가 준용되므로 이사는 회사에 대해 이사선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사무를 처리할 의무를 진다(제382조 제2항 → 민법 제681조). 그리하여 이사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법령에 위반하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소극적 의무)를 짐은 물론 항상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결과를 추구해야 할 의무(적극적 의무)를 부담한다. 회사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이므로(제169조)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함은 회사의 이윤을 극대화함을 말한다.
(2) 경영판단의 원칙
1) 의의
선관주의의무는 그 내용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이사에게 무엇을 어떻게 해야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되는지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 추상적인 내용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된 법칙이 경영판단의 원칙이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이사가 충분한 정보를 기초로 내린 의사결정이 그 당시를 기준으로 합리적이었다면 사후적으로 그 경영판단이 잘못되었음이 밝혀졌다 하더라도 이사는 선관주의의무를 다한 것이고, 따라서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원칙을 말한다.
판례도 “금융기관이 그 임원을 상대로 대출과 관련된 임무해태를 내세워 손해배상책임을 물음에 있어 임원이 한 대출이 결과적으로 회수곤란 또는 회수불능이 되었다 하여도 그것만으로 그러한 대출결정을 내린 임원의 판단이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 상황에서 합당한 정보를 가지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회사의 최대이익을 위하여 신의성실에 따라 대출결정을 하였다면 그 경영판단은 재량의 범위 내의 것으로서 회사에 대한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다한 것이다(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다52407 판결).”라고 판시한 바 있다.
2) 법령위반행위에 대한 적용—부정
① 문제점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도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는가? 예를 들어 보자. 회사가 담합을 하는 경우 100원의 독점이윤을 얻을 수 있는데, 만약 담합이 적발되면 400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담합에 의해 100원의 독점이윤을 얻을 확률은 100%이고 담합이 적발될 확률은 20%이다. 담합에 의해 20원의 기대이익{(100원×100%)-(400원×20%)}이 발생하므로 甲 이사는 담합을 결정하였다. 그러나 이 담합은 결국 적발되었고 회사는 4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이때 회사가 甲 이사를 상대로 400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甲 이사는 경영판단의 원칙을 주장하여 책임을 면할 수 있는가? 다시 말해 담합은 비록 위법하기는 하나 이에 의해 회사에는 20원의 기대이익이 발생하였으므로, 설사 사후적으로 회사에 400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더라도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하면 甲 이사의 담합 결정은 합리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가?
② 통설ㆍ판례
통설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법령위반은 그 자체로 이사의 선관의무위반이 된다. 판례도 같은 입장이다. 즉 판례는 이사가 정부요인에게 뇌물을 주어 회사가 이사를 상대로 뇌물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하며, 뇌물 공여와 같은 법령위반은 그 자체로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되고 이사는 회사에게 뇌물액 상당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 이에 의하면 위 사례에서 甲 이사는 회사에 400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