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험
I. 인보험의 의의
1. 개념
인보험이란 보험자가 피보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관하여 보험사고가 발생할 경우에 보험계약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이나 그 밖의 급여를 지급할 책임을 부담하는 보험이다(제727조 제2항). 인보험은 물건보험에 대립되는 개념으로서, 상법이 보험을 손해보험과 인보험으로 구분하는 것은 정확한 분류가 아니다. 그 결과 생명보험과 상해보험은 모두 인보험에 속하나 생명보험은 정액보험이고 상해보험은 부정액보험이라는 점에서 보험법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게 된다. 다만 상해보험에는 일부 사소한 규정을 제외하고는 생명보험에 관한 규정이 거의 다 준용되므로(제739조), 상법을 해석하는 입장에서 본다면 인보험이라고 합쳐서 생각하더라도 크게 지장은 없다.
2. 손해보험과의 차이
(1) 정액보험으로서의 특성
인보험에는 정액보험이 있는 점이 손해보험과 다르다. 즉 인보험 중 생명보험은 보험사고 발생 시 원칙적으로 보험계약에서 정하는 일정한 보험금액을 지급해야 하는 정액보험이다. 이 점 손해보험이 보험금액이 아니라 보험금액의 한도 내에서 피보험자가 실제로 입은 손해액을 보상하는 부정액보험인 것과 다르다. 다만 인보험 중 상해보험이나 질병보험 등은 부정액보험의 형식으로 체결되는 경우도 많다. 한 마디로 손해보험은 언제나 부정액보험이나 인보험은 정액보험과 부정액보험이 있다는 점에서 양자는 구별된다. 정액보험으로서의 특성으로 인해 인보험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1) 제3자에 대한 보험자대위의 금지
정액보험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득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득금지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해 인정된 보험자대위는 인보험에서는 원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다(제729조 본문). 자세한 내용은 후술한다.
2) 손해방지․경감의무의 부정
상법은 손해보험에서는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에게 손해방지․경감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제680조), 인보험에서는 그와 같은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그리고 해석상으로도 인보험의 보험계약자 등에게는 손해방지․경감의무가 없는 것으로 본다. 인보험에서는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손해액이 얼마인가와 상관없이 정액의 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다만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은 부정액보험이므로 해석상 보험계약자 등에게 손해방지․경감의무가 인정될 여지가 있다.
(2) 보험목적의 특성
손해보험의 목적은 「피보험자의 물건 기타의 재산」이나 인보험의 목적은 「피보험자의 생명 또는 신체」이다. 사람의 생명․신체는 그 가치를 금전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므로 인보험에서는 피보험이익 및 보험가액의 개념이 있을 수 없고(통설), 그 결과 초과보험․중복보험․일부보험의 문제도 생길 여지가 없다. 따라서 동일한 위험에 대하여 수개의 생명보험이 체결된 경우 보험자는 각각 약정된 보험금의 전부를 지급해야 한다.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은 부정액보험의 특성을 가지므로 피보험이익의 개념을 생각해 볼 수도 있으나, 상법에서는 그러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상법의 해석으로는 상해보험과 질병보험에서도 피보험이익의 개념은 부정된다.
(3) 보험기간의 차이
실무에서 손해보험과 인보험의 가장 큰 차이는 보험기간에 있다. 손해보험은 일반적으로 보험기간이 1년 등과 같이 단기이고 보험계약이 종료된 다음 보험을 갱신하는 방식을 취한다. 이에 반해 생명보험과 같은 인보험의 경우는 부보되는 위험이 단기간에 크게 변하지 않기 때문에 보험기간이 20년 등과 같이 장기인 것이 보통이다.
II. 보험금의 분할지급
인보험의 경우 보험금은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라 분할하여 지급할 수 있다(제727조 제2항). 보험금의 분할지급은 모든 인보험의 공통적인 특질이므로 사람의 사망․생존․상해․질병 등을 보장하는 모든 인보험에서 인정된다.
III. 보험자대위의 금지
1. 원칙적 금지
손해보험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한 보험자는 보험자대위, 즉 잔존물대위와 청구권대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인보험에서는 보험의 목적의 멸실이란 있을 수 없으므로 잔존물대위의 개념은 인정할 수 없고, 청구권대위는 이론상으로는 가능하나 상법은 이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즉 인보험에서 보험자는 원칙적으로 보험사고로 인하여 생긴 보험계약자 또는 보험수익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하지 못한다(제729조 본문). 예컨대, 사망보험의 경우 피보험자가 제3자의 불법행위로 사망한 경우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그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취득하지 못한다. 보험자대위는 이득금지의 원칙을 관철하기 위한 것이나, 생명보험은 정액보험으로서 피보험자가 보험사고에 책임 있는 제3자에게 이중으로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생명보험에서 피보험자나 그 상속인이 항상 보험수익자가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받은 자가 반드시 가해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는 보장도 없다.
2. 예외적 허용
상해보험계약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있는 때에는 보험자는 피보험자의 권리를 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그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제729조 단서). 상해보험은 상해로 인하여 소요되는 입원비, 치료비 등을 지급하는 경우 부정액보험인 손해보험의 성격을 가지므로 보험자대위를 부인할 필연적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것은 당사자간의 약정에 의한 대위이고 손해보험에서와 같은 법정대위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