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과 인보험
1. 의의
우리 상법상 보험 편 규정은 손해보험과 인보험에 따라 다른 편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보험 편제의 적용방식은 일의적인 기준에 따른 분류가 아닌데, 손해보험의 경우 보험지급 방식에 따른 편제에서 손해의 크기와 상관없이 보험금이 결정되는 정액보험과 손해의 크기에 따라 보험금이 결정되는 부정액보험 중 후자를 따른 것인 반면, 인보험의 경우 보험목적의 기준에서 사람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인(人)보험과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 물(物)보험 중 전자를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손해보험과 대응되는 보험은 정액보험이고, 인보험에 대응되는 보험은 물(物)보험이기 때문에 손해보험과 인보험으로 보험 편제를 나누어 그에 따라 다른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 혼동을 불러일으킨다는 의미이다. 이론상의 분류와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손해보험은 재산비정액보험 또는 재산손해보험으로 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
2. 손해보험과 인보험 사이 구분실익
가. 보험목적의 측면
손해보험의 보험목적은 재산이고, 보험금 지급 방식에서 부정액 지급방식을 따르기 때문에 손해보험의 보험목적인 재산에는 적극재산과 소극재산 모두가 포함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손해보험의 경우 인보험과 달리 ‘피보험이익’이 필요하고(상법 제668조), 이득금지의 원칙이 엄격히 적용될 필요가 있다. 또한 손해보험에서 보험계약자 등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해 보험자는 면책되지만(상법 제659조), 인보험에서는 고의로 인한 보험사고에 대해서만 면책된다(상법 제732조의 2, 제739조, 제739조의 3).[2]
나. 보상방식의 측면
전통적으로 보험금 지급 방식에 대하여 인보험의 경우 정액지급 방식, 손해보험의 경우 부정액지급 방식에 따른다.
다. 기타 문제 – 상법 제664조와 손해보험형 인보험, 실손의료보험
우리 상법은 상법 제664조를 두어 보험 편 전체의 규정을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상호보험, 공제,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계약에 준용하도록 하고 있다.
상법 제664조(상호보험, 공제 등에의 준용) 이 편(編)의 규정은 그 성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상호보험(相互保險), 공제(共濟),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계약에 준용한다. |
이 규정의 취지는 상호보험과 공제와 같이 실제 보험과 같은 기능을 하면서도 일반적 보험계약과 같이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보험 유사 계약의 경우에도 상법상 보험 편 규제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규정이 ‘그 밖에 이에 준하는 계약’에도 준용된다는 것이고, 이 때문에 손해보험과 인보험 중 어느 한 쪽에 분류하기 어려운 계약의 경우에도 손해보험과 인보험 전체를 포함하는 상법상 보험 편 전체 규정에 적용된다는 점에 있다.[3]
(1) 손해보험형 상해보험 - 대법원 2003. 11. 28. 선고 2003다35215, 35222 판결
교통상해 의료비 담보와 같이 손해보험으로서의 성질과 함께 상해보험으로서의 성질도 갖고 있는 손해보험형 상해보험에 있어서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 사이에 피보험자의 제3자에 대한 권리를 대위하여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약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가 제3자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더라도 이에 관계없이 보험자는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18752, 18769 판결 참조), 보험자 대위에 관한 위와 같은 약정이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이 사건에서 피고가 제2차 상해로 인하여 2주일 동안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입게 된 의료비 상당의 손해에 대하여 가해자가 가입한 자동차종합보험에 의하여 이미 보상받았다 하여 원고의 의료비 보험금 지급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손해보험형 상해보험 – 대법원 2021. 3. 18. 선고 2018다287935 전원합의체 판결
무보험자동차 상해보험은 상해보험의 성질과 함께 손해보험의 성질도 갖고 있는 손해보험형 상해보험이고, 이 경우 보험자는 그 약관이나 보험료 산정에 있어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보험자의 실제 손해액을 기준으로 위험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그 약관에서 정한 보험금 지급기준에 따라 산정된 금액만을 제한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그와 같은 과실상계 약관이 인보험에 적용되는 상법 제739조, 제732조의2 제1항, 제663조의 규정을 위반하여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상고이유와 같이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보험 특약 중 과실상계 약관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1. 한기정, 보험법(2024), 30면
2. 한기정, 보험법(2024), 30면
3. 배효정, “상호보험(相互保險), 공제(共濟) 준용규정(상법 제664조)의 합리적 정비방안”, 한국법학원 연구보고서(2024년도 대법원 연구보고서), 2024. 8. 31., 5-10면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