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확정판결의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 청구이의의 소의 허부(적극)
[2]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확정판결의 집행이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 경우
[3] 채권자가 연대보증인 중 1인에 대한 소송에서 그 변론종결 전 보증채무액의 일부가 변제되었는데도 전부의 지급을 명한 판결을 받고 그 후 나머지 채무도 변제되었으나 확정판결에 기한 강제집행을 신청한 경우, 이는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본 사례
[1]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그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2]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 그 판결에 의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정된 권리의 성질과 그 내용, 판결의 성립 경위 및 판결 성립 후 집행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그 집행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그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집행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
[3] 채권자가 연대보증인 중 1인에 대한 소송에서 변론종결일 전에 다른 보증인의 변제 및 담보물건의 경매로 보증채무액의 일부가 변제되었는데도 보증한도액 전부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유지하여 실체의 권리관계와는 달리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고, 그 후 나머지 보증채무도 변제에 의하여 소멸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채무자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아두었음을 기화로 그 판결에 기한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다가 채무자가 보증채무의 소멸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자 경매신청을 취하한 뒤 다시 채무자 거주의 아파트에 관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한 사안에서, 그 강제집행은 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채무자의 보증채무 중 일부가 이미 소멸한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증채무 전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음을 기화로 채무자의 보증채무가 변제에 의하여 모두 소멸된 후에 이를 이중으로 지급받고자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집행의 과정도 신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부당함이 현저하고, 한편 보증인에 불과한 자로서 그 소유의 담보물건에 관하여 일차 경매가 실행된 바 있는 채무자에게 이미 소멸된 보증채무의 이중변제를 위하여 그 거주의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까지 수인하라는 것이 되어 가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위 강제집행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주식회사 한일은행 (소송대리인 우일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심훈종 외 6인)
서울고법 1995. 12. 20. 선고 95나28689 판결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한다.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원고는 1986. 4. 3. 소외 1, 소외 2, 소외 3, 소외 4, 소외 5, 소외 6 등과 연대하여 소외 현우통상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가 과거, 현재 및 장래에 피고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대하여 원금 300,000,000원을 한도로 포괄근연대보증을 하였다. 1987. 10.경 위 소외 회사는 부도가 발생하였고, 1988. 1. 26. 현재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채무는 대출금 341,200,000원, 원화지급보증 대출금 137,140,715원, 당좌대월금 10,815,840원, 매입외환 대출금 미합중국 통화 48,500달러 및 각 이에 대한 이자와 지연손해금이 남게 되었다.
피고는 원고와 소외 4를 상대로 서울민사지방법원 88가합24811호로 대여금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위에서 본 포괄근연대보증에 기한 금 300,000,000원과 이에 대한 1988. 1. 27.부터 완제일까지 연 1할 9푼의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였는데 그 사건의 변론은 1988. 6. 30. 종결되었고, 피고는 같은 해 9. 1. 의제자백에 의한 승소의 판결(이하 '이 사건 판결'이라 한다)을 받았으며 그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한편 피고가 원고 등을 상대로 위 소송을 제기할 당시 연대보증인 중의 한 사람인 소외 5가 1988. 1. 26. 금 38,500,000원을 임의변제하여 그 중 금 9,799,394원은 지연손해금의 변제에 충당되었고 나머지 금 28,700,606원만 원금의 일부 변제에 충당되었으며, 그 후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당시까지 피고가 소외 6, 원고 및 소외 4, 소외 1 소유의 각 담보물건의 경매 실행에 따른 배당금으로 합계 금 112,456,047원을 배당받아, 피고는 모두 금 141,156,653원을 변제받았다. 그런데 피고로서는 주채무자인 소외 회사에 대하여 보증인들의 보증한도인 금 300,000,000원을 훨씬 초과하는 원리금 채권이 남아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증인들 각자가 주채무 완제시까지 금 300,000,000원씩 갚기로 약정하였다는 해석을 전제로 소송을 제기하였던 탓에 이 사건 변론종결일 전까지 변제충당된 위 금 141,156,653원을 공제하지 아니한 채 위 소송을 진행하였다.
그런데 위 연대보증인 중 소외 2 등에 대하여 제기된 위 대여금청구 소송의 제1심( 서울민사지방법원 88가합24811 판결) 및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89나39804 판결)에서는 위 소외 2가 위와 같은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변제 주장을 함으로써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변제되었던 부분에 관하여 그 주장이 받아들여져 동인에 대하여는 위 금원 등을 공제한 나머지 금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각 선고되었으며, 1990. 8. 17.까지 원고 및 소외인 등이 연대보증한 원금 한도금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은 모두 변제되었다.
그 후 피고는 이 사건 판결을 채무명의로 하여 원고 소유의 서울 구로구 (주소 생략)아파트 208호에 대하여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 92타경19849호로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연대보증 원본 한도금 300,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이 모두 변제되었음을 이유로 피고에게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피고는 위 판결의 기판력을 내세워 이를 거절하자, 원고는 은행감독원에 진정을 하였다. 은행감독원은 이 사건 판결의 기판력과 관계없이 실질적으로는 위 보증인들의 보증채무가 모두 변제되었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위 경매신청을 취하할 것을 종용하였으며, 피고는 이를 일단 받아들여 1993. 1. 7. 위 경매신청을 취하하였으나 그 후 다시 경매할 것을 고려하여 같은 날 위 부동산에 대한 가압류를 하기에 이르렀다.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원고로서는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 전에 이루어진 이의사유는 이를 주장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인 1988. 6. 30. 이후에 변제된 채무원리금에 기한 강제집행은 이를 불허하여야 할 것이나 그 이전에 변제된 위 금 141,156,653원의 채무금에 대한 강제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 이전에 변제된 위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판결에 기하여 강제집행을 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므로 불허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원고 주장에 대하여, 판결이 확정되면 기판력에 의하여 판결의 대상이 된 청구권의 존재가 확정되고 그 내용에 따라 집행력이 발생하는 것이므로 위 소외 2 등 다른 연대보증인에 대한 소송에서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이전에 변제된 위 금원에 관한 변제 주장이 받아들여진 바 있고, 또한 이 사건 연대보증채무는 모두 변제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로서는 그 이전에 이미 확정된 이 사건 판결의 집행력에 따라 변론종결 이전에 원고가 변제 사유로 주장하지 아니한 금원에 관하여 원고에 대한 강제집행을 구할 수 있는 것이어서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한편 이 사건 판결 이후에 위 소외 2 등에 대한 관련 소송에서 원고 등에 대한 이 사건 판결에 반하는 내용의 판결이 선고되어 확정되었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판결 변론종결 이전의 변제 금원 부분에 대하여 피고가 강제집행을 하여 배당받게 될 금원이 바로 법률상 원인 없이 수령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의 원고에 대한 강제집행이 무익한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원고의 권리남용 주장을 배척하고 있다.
2. 상고이유에 대하여
확정판결에 의한 권리라 하더라도 신의에 좇아 성실히 행사되어야 하고 그 판결에 기한 집행이 권리남용이 되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 할 것이므로 집행채무자는 청구이의의 소에 의하여 그 집행의 배제를 구할 수 있다 할 것인바( 대법원 1984. 7. 24. 선고 84다카572 판결 참조), 확정판결의 내용이 실체적 권리관계에 배치되는 경우 그 판결에 의하여 집행할 수 있는 것으로 확정된 권리의 성질과 그 내용, 판결의 성립 경위 및 판결 성립 후 집행에 이르기까지의 사정, 그 집행이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그 확정판결에 기한 집행이 현저히 부당하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집행을 수인하도록 하는 것이 정의에 반함이 명백하여 사회생활상 용인할 수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집행은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이 사건에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원고는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채무를 금 300,000,000원의 한도에서 다른 보증인들과 연대하여 포괄근보증을 하였다는 것인데, 소외 회사는 1987. 10.경 부도가 났고 늦어도 1988. 1. 26.경까지 소외 회사의 피고에 대한 채무액이 확정되었으며,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일 전에 보증인의 한 사람인 안광무가 자진하여 변제한 금원 및 원고 및 다른 보증인 소유의 담보물건의 경매 실행에 따른 배당금으로 위 보증한도액 중 금 141,156,653원이 변제되었는데도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위 보증한도액의 전부인 금 300,000,000원의 지급을 구하는 청구를 유지하여 실체의 권리관계와는 달리 위 금원의 지급을 명하는 이 사건 판결을 받은 점, 그 후 위 보증한도액 중 위 금 141,156,653원을 제외한 나머지 보증채무도 변제에 의하여 소멸한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확정판결을 받아두었음을 기화로 그 후 이 사건 판결에 기한 강제경매신청을 하였다가 원고가 위 보증채무가 실질적으로 모두 소멸되었음을 이유로 이의를 제기하자 1993. 1. 7. 위 경매신청을 취하한 일까지 있었던 점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그 후 피고가 원고 거주의 위 아파트에 관하여 다시 신청한 이 사건 강제집행은 이 사건 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원고의 보증채무 중 일부가 이미 소멸한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보증채무 전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았음을 기화로 원고의 보증채무가 변제에 의하여 모두 소멸된 후에 이를 이중으로 지급받고자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집행의 과정도 신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그 부당함이 현저하고, 한편 위 회사의 보증인에 불과한 자로서 그 소유의 담보물건에 관하여 일차 경매가 실행된 바 있는 원고에게 이미 소멸된 보증채무의 이중변제를 위하여 그 거주의 부동산에 대한 강제집행까지 수인하라는 것이 되어 가혹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강제집행은 사회생활상 도저히 용인할 수 없다 할 것이어서 권리남용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와 같은 구체적 사정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아니한 채 확정판결의 기판력 및 집행력의 법리만을 내세워 원고의 권리남용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권리남용을 이유로 한 청구이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