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없는 사정이 있던 소외 1이 평소 친분이 있던 소외 2 모르게 그의 명의로 케논판매본부라는 상호하에 문구류 판매업을 시작하면서 1989.12.2. 피고와의 사이에 피고가 공급하는 사무기기 및 용품을 실수요자에게 판매하기로 하는 내용의 대리점계약을 체결하고, 위 대리점계약상의 영업보증금의 지급담보를 위하여 소외 2의 승낙도 없이 마치 자신이 위 소외 2인 것처럼 임의로 위 소외 2의 명의를 사용하여 원고와의 사이에 피보험자를 피고로 하고 보험가입 금액을 금 10,000,000원, 보험기간을 1989.12.2.부터 1990.12.1.까지로 하는 지급계약 보증보험계약(이하 이 사건 보험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후 위 소외 1이 위 영업보증금의 지급을 지체하자 피고가 위 대리점계약을 해지하고 원고에게 보험금의 지급을 청구하여 원고는 1990.3.2. 피고에게 보험금 10,000,000원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 사건 보험계약은 위 소외 1이 위 소외 2의 명의를 모용하여 체결한 것으로서 그 법률상 효력이 없다 할 것인데,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위 보험금을 수령함으로써 같은 금액 상당의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가하였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위 소외 1이 위 소외 2의 명의를 모용하여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상 이는 위 소외 2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무효라 할 것이나 그러한 사실만으로는 나아가 위 보험계약이 위 소외 1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무효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고, 오히려 위 인정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원고와 위 소외 1이며 이 사건 보험계약이 담보하는 보험사고도 위 소외 1이 피고와의 사이에 체결한 위 대리점계약상의 영업보증금의 지급불이행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와 위 소외 1 사이에 유효하게 체결된 보험계약에 따라 위 보험금을 지급받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보험계약이 위 소외 1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도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이 사건과 같이 타인의 이름을 임의로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누가 그 계약의 당사자인가를 먼저 확정하여야 할 것으로서, 행위자 또는 명의인 가운데 누구를 당사자로 할 것인지에 관하여 행위자와 상대방의 의사가 일치한 경우에는 그 일치하는 의사대로 행위자의 행위 또는 명의인의 행위로서 확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러한 일치하는 의사를 확정할 수 없을 경우에는 계약의 성질, 내용, 목적, 체결경위 및 계약체결을 전후한 구체적인 제반사정을 토대로 상대방이 합리적인 인간이라면 행위자와 명의자 중 누구를 계약당사자로 이해할 것인가에 의하여 당사자를 결정하고, 이에 터잡아 계약의 성립 여부와 효력을 판단함이 상당할 것이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의 위 판시는 요컨대 위 소외 1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나, 원심이 확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에 있어서는 소외 1이 마치 자신이 소외 2인 것처럼 행세하여 원고와 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므로 원고는 소외 1이 소외 2인줄로만 알고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 것이라 할 것이어서 원고와 소외 1 사이에 소외 1을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당사자로 하기로 하는 의사의 일치가 있었다고 볼 여지는 없어 보인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자가 피고에 대하여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부담하게 될 물품대금 채무의 이행을 담보하기 위한 영업보증금의 지급을 보증하는 계약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는 채무자인 보험계약자의 신용상태가 그 계약체결의 여부 및 조건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위 소외 1은 자신의 명의로 사업자등록조차 할 수 없는 처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정을 숨긴 채 보험가입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소외 2인 것처럼 행세하여 그의 명의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청약하였고 이에 원고는 실제로 계약을 체결한 소외 1이 서류상에 보험청약자로 되어 있는 소외 2인 줄로만 알고 그 계약이 아무런 하자 없는 당사자에 대한 것이라는 판단하에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여겨지므로(원심이 들고 있는 을 제3호증의 26에 의하면 원고는 이 사건 문제가 생긴 뒤에 비로소 소외 1에 대한 전산조회를 하여 보고 그가 증권교부 부적격자임을 알았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계약체결 당시 소외 1을 당사자로 생각하였더라면 원고는 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추어보면 객관적으로 볼 때 원고는 소외 1이 제출한 청약서상에 보험계약자로 되어 있는 소외 2을 보험계약의 상대 당사자인 주채무자로 인식하여 그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았으리라고 인정된다. 그렇다면 원고와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위 심상호이 아니라 위 권오형라고 보아야 할 것인데, 실제는 위 심상호이 권오형로부터 아무런 권한도 부여받음이 없이 임의로 권오형의 이름을 사용하여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내용대로 효력을 발생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심상호이 대리점계약상의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것을 이유로 피고가 원고로부터 이 사건 보험금을 지급받은 것은 결국 아무런 효력이 없는 보험계약에 기한 보험금의 수령이라 할 것이므로 더 나아가 위 심상호의 피고에 대한 채무불이행이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보험사고인지 여부를 따질 필요도 없이 피고는 법률상 아무런 원인 없이 이득을 취하고 원고에게 같은 금액 상당의 손해를 입힌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소외 1이 이 사건 보험계약상의 당사자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법률행위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이유를 제대로 갖추지 아니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