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형법 제59조에 의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선고할 경우에는 유예되는 선고형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한다.
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가.
대법원 1968.9.24. 선고 68도983 판결,
1975.4.8. 선고 74도618 판결(공1975,8442),
1988.1.19. 선고 86도2654 판결(공1988,426) / 나.
대법원 1980.3.11. 선고 79도2900 판결,
1985.9.10. 선고 85도1462 판결(공1985,1375),
1992.4.10. 선고 91도1831 판결(공1992,1636)
피고인
변호사 임규운
서울고등법원 1992.12.4. 선고 92노3437 판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1. 직권으로 보건대, 형법 제59조에 의하여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을 할 경우에는 유예되는 선고형에 대한 판단이 있어야 하는바 ( 당원 1975.4.8. 선고 74도618 판결; 1988.1.19. 선고 86도2654 판결 참조), 원심판결은 그 주문에서 피고인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고 하면서도 그 이유에서 징역형을 선택하였을 뿐 그 형에 대한 아무런 판단을 한 바 없으니 이는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판결절차에 위법이 있어 파기를 면할 수 없다.
2. 다음 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3 제1항 소정의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때”라 함은 사고운전자가 그 사고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항에 규정된 의무를 이행하기 이전에 사고현장을 이탈하여 사고야기자로서 확정될 수 없는 상태를 초래하는 경우를 말한다 ( 당원 1980.3.11. 선고 79도2900 판결; 1985.9.10. 선고 85도1462 판결; 1992.4.10. 선고 91도183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 후 피해택시 운전사인 공소외 최준우에게만 책임지고 다 물어주겠다고 말하였을 뿐 입술을 다쳐 피를 흘리고 있고 신음소리를 내면서 위 택시에서 나오는 피해자 김난실에게는 구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차에 동승하고 있었던 공소외 이덕찬에게만 전화를 하고 오겠다고 한 후 사고장소를 떠난 사실, 위 김난실은 사고현장 부근에서 친척에게 전화한 후 쭈구리고 앉아 있다가 이 사건 사고발생 약 5분 후 출동한 경찰관인 공소외 김인수와 그 친척 등의 도움을 받아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후송된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사고현장을 떠나는 바람에 위 김난실이 병원으로 후송되는 것을 보지 못하였고, 사고현장에 남아 있던 피고인의 동료인 위 이덕찬 역시 위 김난실의 구호를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사실, 위 김인수가 위 김난실을 병원으로 후송한 다음 이 사건 사고당사자를 찾았던바 위 이덕찬이 비로소 피고인이 전화하러 갔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위 김난실이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도 그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현장을 이탈하였다 하여 이 사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공소사실을 인정한 제1심판결을 지지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경찰이래 원심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 사고차량을 운전하다가 공소외 최준우가 운전하는 강원 1바 9085호 택시를 충격하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사실은 있으나, 충돌사고 직후 차에서 내려 위 최준우에게 "죄송합니다. 제가 모든 책임을 지고 다 물어주겠습니다"고 말하였고, 피해자인 위 김난실이 괜찮다고 하였으며, 또한 동 피해자가 외견상 상해를 입은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여 경찰관인 공소외 김인수가 사고현장에 나온 것을 보고 동료교사인 이용원에게 전화를 하고 오겠다고 말을 한 후 공중전화가 있는 곳으로 갔으나 통화가 되지 아니하였고, 사고현장에서 위 김인수가 위 김난실을 택시에 태워 보내는 것을 보고 처에게 알리기 위하여 가까운 곳에 있는 집으로 갔다가 사고장소로 가기 위하여 집 현관 을 나오던 중 위 김인수를 만났다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 사고 당시 위 김난실이 상해를 입게 된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도주한 것이 아니라고 시종일관하여 그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위 김난실의 제1심법정 및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김난실은 이 사건 사고 직후 택시에서 내려 사고장소 부근에 있는 가게에 들어가 그 부근에서 거주하고 있는 동서에게 전화를 한 다음, 가게 앞 계단에 앉아 있다가 전화를 받고 나온 동서의 권유로 사고장소에 나온 경찰관에게 인적 사항을 알려 준 다음 병원에 갔고, 위 김난실 스스로는 위 최준우 등에게 병원에 가야겠다고 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이 사건 사고 직후 누군가로부터 괜찮느냐고 물음을 받고 괜찮다고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고, 피고인의 차량에 탑승하고 있던 공소외 이덕찬의 제1심법정 및 경찰에서의 진술이나, 사고를 목격한 동료교사인 공소외 이용원의 진술 역시, 위 김난실이 위 이덕찬의 물음에 괜찮다고 하였으며, 그 후 위 이용원이 위 김난실에게 다친 데가 없느냐고 물었던바, 위 김난실이 "괜찮아요 깜짝 놀랐어요" 라고 하였다는 것으로 위 김난실의 진술에 부합되며, 제1심증인 현인섭의 진술 역시 위 김난실이 스스로 다쳤다고 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주위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하였다는 것으로 이에 부합되고, 위 피해택시의 운전사인 공소외 최준우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김난실이 외견상으로 피를 흘리는 상황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택시에서 내려 아프다고 한 바도 없어 많이 다친 것 같지 아니하여 위 김난실에 대하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아니하였다는 것으로, 위 공소외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위 김난실을 병원으로 후송하는 등의 구호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동인은 피고인이 차에서 내려 자신에게 인사를 하면서 “미안하다. 차 수리비를 다 물어 주겠다”고 하여 처음에는 이 사건 사고를 사고처리하지 않으려고 하였다는 것이며 공소외 김인수의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김난실에게 외견상의 상처가 보이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한편 위 김인수의 검찰 및 제1심법정에서의 진술에 의하여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현장을 이탈한 후에도 피고인 운전의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던 위 이덕찬 등이 사고현장에 그대로 남아 있었고, 위 김인수가 사고현장으로부터 파출소에 돌아와 차적조회를 통하여 피고인의 주소를 알고 이 사건 사고현장으로부터 100미터 떨어져 있는 피고인의 아파트에 갔던바 피고인이 마침 사고현장에 나오기 위하여 아파트 현관을 나서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김난실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외견상 쉽게 알 수 있는 상해를 입지 아니하였고, 따라서 피고인은 사고 당시 위 김난실이 이 사건 교통사고로 인하여 상해를 입은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고 그와 같이 인식하면서도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 사고장소를 이탈하여 도주하였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결국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 직후 위 김난실에 대하여 구호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도주하였다고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도주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위배의 잘못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논지는 이유 있다.
이상의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