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이유를 본다(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 기재의 상고이유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한 판시 사실을 토대로 하여 소외 2가 이 사건 도자기를 고려시대에 제작된 고려청자로 오신하고 금 43,000,000원이라는 거액에 매수하기로 하여 체결한 이 사건 매매계약은 그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한편, 위 소외 2는 골동품을 취급한 바 있는 소외 3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면서 소외 3의 소개로 도자기를 여러 차례 매수한 경험이 있고, 그 경우 위 소외 3을 통하여 소외 4에게 감정을 받아 본 적이 있는 사실, 그런데 위 매매계약 당시 위 소외 2는 서울에서 내려온 감정사로 행세하며 수십 년간 도자기를 만져보고 소장도 하고 있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품을 식별할 줄 안다고 하면서, 이 사건 도자기의 소장자, 그 출처 등을 확인해 보지도 아니한 채 위 도자기의 표면과 안을 긁어 보거나 성냥불로 들여다 보고 물을 묻혀 그 흡수 정도를 살펴보며, 표면에 튀어 나온 모래나 모래구멍에 주목하여 이는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것이어서 진품이 틀림없다고 말하고, 소외 5와 그 자리에 함께 있는 소외 6에게 위 도자기들은 그 형태, 색깔로 보아 원심판결 별지목록의 괄호 기재와 같은 명칭{청자 철회광구병(청자머슴병), 청자 태화문매병(청자 매병), 회고려당초문장구통(회청자장구) 등}으로 부른다고 가르쳐 주었으며, 동양화가인 위 소외 6이 사용하고 있는 벼루에 대하여도 감정하여 준 사실, 위 소외 5, 소외 6은 골동품 도자기에 대한 식별 능력이 없고, 위 소외 5는 이 사건 도자기를 팔지 않으려는 망 소외 1에게 원고로부터 들은 서울에 있는 도자기를 잘 아는 사람이 매수인과 함께 왔다는 이야기를 전해 주고 위 소외 1의 승낙을 얻어 위 도자기를 매매 장소에 가져왔으나, 그 출처를 물어보지도 않아 이 사건 도자기가 어떤 종류의 것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위 도자기가 진품 고려청자라고 말한 사실이 없으며, 오히려 먼저 위와 같이 도자기를 감정한 위 소외 2에게 매수할 대금을 물었고, 이에 위 소외 2가 금 40,000,000원으로 제안한 사실, 한편 위 소외 2는 위와 같이 감정하였으나, 이 사건 도자기가 진품이라는 점에 대하여 확신할 수 없어 일행인 위 소외 3으로 하여금 위 도자기를 다시 살펴보게 하고, 나중에 감정하여 진품이 아니면 반품하면 되리라고 서로 의견을 나눈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위 소외 2는 여러 차례의 도자기 매수 경험을 통하여 골동품 도자기의 작품성이나 제작연대를 식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은 이에 관한 전문지식이 없어 매수시에는 감정인의 감정 등 전문가의 조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함에 있어서는 그 소장자나 출처 등을 확인하고 감정인으로 하여금 감정을 하게 하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고려청자가 아님이 밝혀진 경우 매매계약을 해제한다는 등의 조건을 붙여 위 도자기가 고려청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하여야 할 것임에도, 위 도자기가 고려청자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의심을 하면서도 매도인측과는 관계없이 소개인인 원고의 언동을 과신하여 스스로 고려청자라고 믿고 매수하였음을 알 수 있는바, 위와 같이 골동품 도자기 매수인으로서 취하여야 할 필요한 조치 내용을 이미 습득하고 있는 위 소외 2가 그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도자기를 희소하고 거래가 드문 고려청자로 쉽게 믿은 것은 골동품 도자기의 매수시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중대한 과실로 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위 소외 2는 위 착오가 있다 하더라도 위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민법 제109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하고 있는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표의자의 직업, 행위의 종류, 목적 등에 비추어 보통 요구되는 주의를 현저히 결여한 것을 말하는 것 인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도자기는 소장자인 위 소외 1이 약 20년 전에 행상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위 소외 2는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할 당시에 위 소외 1 측의 소개인 소외 5, 소외 6, 자기 측의 소개인인 원고 등이 제대로 소장자와 출처를 알려주지 아니하여 이를 확인하지 못한 채 성전 농업협동조합의 부장 직위에 있고 목은 이색의 후손으로 대대로 물려 내려온 이색시집 8폭을 보관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신분이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는 원고가 이 사건 도자기는 많은 골동품을 소지하고 있는 강진의 유지가 갖고 있는 작품인데 소장자가 골동품을 파는 것을 누가 알게 되면 인격적인 손상이 생길 것을 염려하여 만나기를 꺼려한다고 말하므로 그 말을 믿는 한편, 같이 간 일행 중 골동품판매상의 종업원으로 일한 적이 있는 위 소외 3으로 하여금 이 사건 도자기를 살펴보게 하니 동인 역시 원고를 믿고서 매수하라고 하여 진품이 아니면 반품할 생각으로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하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과 위 소외 2는 전문적인 골동품판매상이 아니라 집에 소장하기 위하여 이 사건 도자기를 매수한 점, 위 소외 2는 전에도 도자기를 매수한 경험이 있었지만 골동품 도자기의 진품 여부나 제조연대를 식별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전문가는 아닌 점, 감정인의 감정 등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골동품인 도자기의 작품성과 제작연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위 손성경가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신의 식별 능력과 매매를 소개한 원고를 과신한 나머지 이 사건 도자기가 고려청자 진품이라고 믿고 소장자를 만나 그 출처를 물어 보지 아니하고 전문적 감정인의 감정을 거치지 아니한 채 이 사건 도자기를 고가로 매수하고 이 사건 도자기가 고려청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위 손성경가 이 사건 매매계약 체결시 요구되는 통상의 주의의무를 현저하게 결여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위 소외 2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은 착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